![주요 금융사를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줄줄이 끝난다. 최근 중도 사퇴, 금융당국 중징계 등 변수가 발생하면서 CEO 인사가 '태풍전야'로 번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21145/art_16679962604498_7bf2f7.jpg)
[FETV=권지현 기자] 올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당초 잔잔한 파도 수준에 그칠 것이라던 전망에서 '태풍' 경보로 바뀌고 있다.
그간 금융권 CEO 인사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등을 반영해 유임·연임을 통한 '안정'을 택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무난히 임기를 마칠 것이라 예상했던 인사들이 중도 사퇴하고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펀드를 부당 권유 등으로 불완전판매한 우리은행에 대해 업무 일부 정지 3개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앞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4월 라임 사태와 관련해 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손 회장이 이번에 받은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이 제한되는 징계다. 내년 3월까지인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은 할 수 없다. 손 회장은 그간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그룹 순익을 대폭 끌어올린 데다 지난 7월 금감원을 상대로 한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소송에서 2심까지 승소하면서 금융권에서 연임 가능성이 가장 높은 CEO로 꼽혀왔다.
벌써부터 우리금융 안팎에서 내·외부 인사들이 새 회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가운데, 손 회장이 중징계 취소 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단 우리금융은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손 회장의 거취와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국내 최대 지방금융그룹인 BNK금융의 김지완 회장은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5개월가량 남기고 이달 7일 중도 사퇴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BNK금융 계열사가 김 회장의 아들이 다니는 회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금융당국의 검사까지 이어지자 부담을 느끼고 사임을 결정했다. BNK금융 이사회는 조만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 외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을 이끌어 온 수장들의 임기도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줄줄이 만료된다. 5대 금융지주 중에선 우리금융 외 2곳이 조만간 새 회장을 결정짓는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이 올해 12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5대 은행의 경우 올해 초 새 행장을 맞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3곳이 차기 CEO를 조만간 선임해야 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권준한 NH농협은행장은 내달,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이외 김진균 Sh수협은행장은 오늘(10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내년 1월 임기를 마무리한다.
한편 금융권에선 정부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 기업은행장 후임으로 관료 출신이 거론되는 점과 BNK금융이 지난 4일 외부 인사를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도록 'CEO 후보자 추천 및 경영승계 절차' 규정을 개정한 점도 '외풍'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리금융노조는 9일 손 회장 징계에 대한 금융위의 결정을 앞두고 성명서를 통해 "지금 금융위는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의 밥그릇 챙기기를 위해 펀드 사태와 관련한 임직원에 대한 제재 심사를 속도를 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우리금융회장 자리를 자천타천하며 관피아들의 보금자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일갈했다.
우리은행 펀드 사태에 대한 제재를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징계 수위를 정하겠다며 심사를 1년 넘게 미뤄오다가 갑자기 제재를 논의하게 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뜻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BNK·수협·기업은행·우리금융·신한금융에도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낙하산 설이 확산되고 있다"며 "잿밥에만 눈이 멀어 민간 금융회사에 자기 사람 심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자의 측근이나 현장 경험 하나 없는 모피아 출신을 금융권 낙하산으로 보내려 한다면 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