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KB국민카드 인도네시아법인 'KB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KB FMF)'의 우수직원 본사초청 행사 일정 중,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국민카드 본사에서 열린 '명예의 전당' 시상식에서 이창권 국민카드 사장(뒷줄 가운데)과 수상자, 행사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21044/art_16671920656138_845e36.jpg)
[FETV=권지현 기자] "여러 갈래길 중 만약에 이 길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막막한 어둠으로 별빛조차 없는 길일지라도 포기할 순 없는 거야.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뜨겁게 날 위해 부서진 햇살을 보겠지" (강산애,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가사 중)
당장 큰 수익이 보장되지 않을지라도 동남아시아 시장을 지속적으로 두드리는 국내 금융그룹이 있다. 국내에선 '리딩금융그룹' 타이틀을 통해 승승장구하지만 동남아,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 시장에선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KB금융그룹 얘기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오히려 은행 등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전보다 활발한 현지화 전략을 펼쳐 인도네시아에서도 승전보를 전하겠다는 각오다. 당장의 수익성보다 중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배팅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더욱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분야는 인도네시아 부코핀과 캄보디아 프라삭 등 해외 인수사에 대한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동남아 시장 지속 확장과 선진시장 진출 모색의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가속화 해야하다"고 밝힌 바 있다.
KB금융이 인도네시아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곳이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거점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전기차 산업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니켈의 매장량과 생산량 세계 1위다. 공급망 붕괴로 인한 조달 문제 우려가 적다는 뜻이다. 이에 코로나 이후 전기차 관련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네시아를 부쩍 찾고 있다. 인구 세계 4위(2.7억명) 국가로 향후 시장 규모도 크다. 삼성·현대차·LG·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인도네시아를 주목하는 이유다.
인도네시아의 성장 가능성은 수치로 확인된다. 인도네시아 투자부(BKPM)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인도네시아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약 198억달러로 1년 전보다 35.5% 뛰었다. 최근 10년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인도네시아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가계 소비 성장률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5.5% 증가했다.
![이우열 KB부코핀은행장(왼쪽)이 아렉사 띠르따 인도네시아 배드민턴협회 부회장으로부터 'KB금융 인도네시아 마스터스 2022 SUPER100' 대회 개최 관련 감사패를 전달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21044/art_1667180791342_5fbf6d.jpg)
그룹의 '인도네시아 영향력 확대' 선봉장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에 대해 한화 약 8000억원을 한도로 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보유 지분율 67%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부코핀은행은 올해 6월 말 당기순이익 마이너스(-) 744억원을 기록, 자본잠식 상태다. KB금융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코핀은행의 정상화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설립 50년, 현지 총115개 상업은행 중 자산 규모 순위 19위인 부코핀은행의 건전성이 차츰 좋아진다면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란 계산이다.
중장기적으론 2030년까지 'KB금융그룹 시너지 확대'(One KB in Indonesia)로 향하기 위해 우량 자산 집중 확대, 소매업 선별적 확장, 사업 전 부분 안정적 성장 등 이른바 '3단계 계획'도 세웠다. 청신호도 켜졌다. 부코핀은행은 최근 현지 금융감독청(OJK)이 부여하는 은행종합건전성등급(RBBR)에서 사실상 현지 최고 등급인 2등급을 부여받아 디지털 뱅킹 서비스와 신상품 출시가 가능해졌다. 지난 5월에는 지주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을 지낸 이우열 국민은행 전 IT그룹 대표를 새 은행장으로 맞아 성장 동력을 얻었다.
조남훈 KB금융 글로벌 사업부 전무는 지난 25일 3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부코핀은행이 코로나 사태로 처음 상황보다 부실자산 규모보다 늘어난 부분이 있지만 최근 증자로 우량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2등급은 더 이상 부실은행이 아니라 현지 정상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평가 등급이며, 건전성을 최우선에 두고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의 또다른 주력 계열사인 KB증권은 인도네시아 OJK의 '지배주주 변경 및 증자 승인'에 따라 인도네시아 현지 증권사인 밸버리(Valbury)증권의 지분 65%를 약 550억원에 확보했다. 밸버리증권은 2000년도에 설립된 인도네시아 중견 증권사로 전국 18개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다.
KB증권은 이미 베트남 현지증권사(KBSV)를 성장시킨 경험으로 이번 인도네시아 증권사도 한 단계 도약시킨다는 계획이다. IT서비스와 자본력을 활용해 밸버리증권을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톱5'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이외 이달에는 관련 임원을 인도네시아로 보내 ESG 활동을 강화하는 등 사업 행보 확장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B국민카드 인도네시아법인은 지난 7월 현지 채권 시장에서 '최초' 타이틀을 따냈다. KB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KB FMF)는 약 88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발행에 성공,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멀티파이낸스사가 처음으로 도전한 현지 통화 공모사채 모집에서 흥행에 성공한 선례를 남겼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시장변동성 확대에 따라 회사채 수요가 급감하고 최초의 공모채권 발행이라는 핸디캡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발행에 성공했다"며 "이번 발행으로 KB FMF는 현지법인 자체 자금조달 역량을 확보해 향후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는 KB FMF의 장기 신용등급을 'AA+'에서 'AAA'로 상향 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