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신진 기자]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도입된지 20주년을 맞이했다. 국내 대표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10년 후 ETF 시장은 3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뜨겁게 달아오른 ETF 시장에서 자산운용사들의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강 체제'를 보이고 있다.
한국 ETF 시장은 2002년 10월 14일 닻을 올렸으며 이후 눈에 띄는 성장세를 그렸다. 개설 당시 4개 종목, 순자산총액 3552억원이던 시장은 지난달 27일 기준 622개로 155배 급증했다. 순자산총액은 76조6850억원으로 215배 늘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343억원에서 올해 초 기준 2조8000억원으로 83배 규모로 증가했다.
ETF 도입 초기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ETF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가진 상품 특성과 낮은 운용 보수로 개인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덕이다.
글로벌 ETF 시장에서도 한국은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국의 올해(1~8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억5300만달러로 미국(1조5537억달러), 일본(97억400만달러)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ETF 종목 수는 세계 6위에 올랐다.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 구도가 두드러진다. 이달 14일 기준 삼성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각각 32조8445억원과 28조5574억원으로 두 회사는 전체 시장점유율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200’을 상장시키며 국내에 처음으로 ETF를 소개했다. 이후 줄곧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지만 최근 1~2년 새 미래에셋운용과의 점유율 차가 크게 좁아졌다. 이에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미국 ETF 운용사 앰플리파이에 지분 투자를 하고 앰플리파이 ETF에 대한 아시아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다. 또 ETF 사업부문을 출범시켰다. 최근엔 KODEX 브랜드를 전격 리뉴얼하며 ‘넥스트 20년’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했다.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ETF 시장규모는 현재 77조원에서 10년 후 300조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삼성 KODEX는 국내 ETF 시장의 선구자로 지난 20년간 그래왔듯 앞으로도 ETF 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나아가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6년 ETF 시장의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삼성자산운용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국내에 머물지 않고 일찍이 해외로 눈을 돌린 미래에셋은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ETF(TIGER 미국나스닥100)와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TIGER 미국S&P500)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미래에셋은 해외·테마형 ETF를 필두로 시장 장악력을 높인 결과 지난해 급격히 몸집을 불리는데 성공했다.
3위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국내 ETF 시장의 3등인 KB자산운용(5조2350억원)은 상위권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25년까지 시장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업계 최저보수’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으며 향후 채권시장 확대를 예상하며 ‘채권 ETF 명가’로 자리매김 할 것이란 목표를 세웠다.
현재 4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3조447억원)은 지난달 ETF 브랜드명을 KINDEX에서 ‘ACE’로 전격 교체하며 브랜드파워 강화에 나섰다. 올해 초 취임한 배재규 대표이사는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만큼 상위권과의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채권 ETF는 기관 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개인고객들도 많이 몰리고 있다”며 “이외에도 ETF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는 연금시장에서도 주목을 받는 등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운용사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