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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지원' 가속도...다음 과제는

글로벌 네트워킹·현지화·투자유치 지원 등 보폭 빨라져
스케일업 단계 투자 부족...'벤처대출' 통한 수익창출이 관건  

 

[FETV=권지현 기자] "500Global의 설립자 크리스틴 차이(Christine Tsai)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과 5000만원 가치의 스타트업을 5000억원 유니콘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소개했으며, 이들과 한국 스타트업 투자와 성장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플러그앤플레이(Plug&Play)의 설립자 사이드 아미디(Saeed Amidi)와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스타트업-대기업 연계방안에 대해 논의했는데, 한국 스타트업 발굴·투자를 위한 IBK와의 협력 의사를 밝혔습니다."

 

올해 봄 미국 실리콘밸리를 다녀온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이다. 윤 행장은 미 출장에서 만난 벤처 생태계의 핵심 금융사들을 단순히 돈을 쫓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스타트업의 유망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알아보고 이들의 성장을 도우며 회사의 수익도 함께 추구하는 글로벌 혁신 리더로 평가했다.

 

국내 4대 금융그룹의 국내 스타트업 육성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전보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글로벌 기관들과의 네트워킹도 도우면서다. 4대 금융은 스타트업 생태계와 상생하고 비금융 영역을 포함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에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2015년 금융권 최초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KB스타터스'를 시작, 매년 상·하반기에 혁신 스타트업들을 선발하고 경영컨설팅, 투자유치, 글로벌 진출 기회 등을 제공한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7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GFS)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신한 스퀘어브릿지'를 통해 스마트시티 스타트업 20개사를 공동 육성했다. 성과도 좋아 신한금융은 올해도 GFS 글로벌 파트너로 선정됐다. 이를 토대로 스타트업에 60개국 글로벌 파트너 네트워킹, 글로벌 벤처캐피탈(VC) 워크숍 등 구글이 제공하는 혜택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 '디노랩'을 통해 우리금융 그룹사와의 협업 기회, 투자유치, 글로벌 진출 과정 등을 함께하며, 하나은행은 최근 기술 스타트업 투자·육성 전문기관인 '레인메이킹'(RAINMAKING)과 손을 잡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현지화를 돕기로 했다.

 

다만 이들이 진행하는 스타트업 글로벌 행보는 '지원' 성격이 강해 좀 더 적극적인 투자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사가 VC와 손잡고 초기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 단계에서 자금 회수(엑시트)까지 하는, 보다 적극적인 자금 운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나수미, 홍종수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케일업 촉진을 위한 벤처대출 도입 필요' 보고서에서 "벤처기업의 고성장, 이른바 스케일업(scale up) 활성화가 세계 주요국의 중요한 정책 방향이 됐으나, 우리나라는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스케일업 단계의 중·후기 투자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벤처 대출을 통해 은행은 혁신 성장을 위한 생산적 금융 공급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벤처 대출 시장 참여에 따른 새로운 수익창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면에서 국내 금융사들은 벤처 대출 전문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VB는 1983년 미 캘리포니아주 산호세(San Jose) 지역에 설립된 상업은행으로, 초기에는 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예금을 유치하는 데 주력했으나 이후 스타트업의 성장세와 이에 따른 금융 효과를 지켜보며 새로운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벤처 대출은 물론 기술 스타트업에게 신용과 은행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산타클라라(Santa Clara)로 본사를 옮긴 뒤 매 분기 1500~1600개의 신규 스타트업을 고객으로 맞았다. 작년 미국에 상장된 테크놀로지와 헬스케어 기업의 절반 이상이 SVB의 주요 고객이다. 회사 엑시트에 성공해 거부가 된 창업자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이들이 또 다른 창업을 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등 다양한 수익을 노린 결과 SVB의 자산 규모는 2018년 570억3500만달러에서 지난해 2114억7800만달러로 3배 가까이 불었다.

 

물론 국내 금융사가 벤처 대출을 강화하고 스타트업 육성에 보다 '본질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 아래 은행의 투자 스타트업 선별 역량 등이 선행돼야 하는 등 금융사의 의지만으론 불충분한 점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금융권에서 최근 추가적인 수익창출을 위해 벤처 대출 관련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SVB가 위치한 실리콘밸리 출장 소감으로 "SVB는 담보나 재무지표가 아닌 미래 성장성에 기초한 벤처 대출 비결을 소개했는데, IBK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벤처 대출을 시범 도입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 산업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점도 국내 금융사가 벤처 대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며 "금융권 내부에서는 장기적으로 한국도 SVB의 모델을 가져가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