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40원대로 치솟으면서 산업계가 예의주시한 가운데 대책마련에 고심중 이다. 환율이 오를수록 국내로 들여오는 수입 소비재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물론 국산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수입 원자재값이 뛰기 때문에 덩달아 국산제품도 오르게 마련이다. 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미국이 최근 연이어 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1340원대 고환율은 2009년 4월 금융위기 시점 이후 처음으로 국내 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13년 4개월만의 최고치다. 이로 인해 산업계가 수출액을 늘려 고환율 악재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고환율로 가장 근심 걱정을 하는 업계 중 하나는 항공업계다. 고환율일 경우 항공사의 재무 건정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충격 여파에서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한 항공사들이 고환율로 시름하지 않을까 해서다. 항공업계는 달러로 가지고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등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환율은 악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 10원 변동 시 350억원 가량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가령 1100원이었던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르면 3500억원의 외환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10원 오르면 284억원의 외화손실이 발생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환율이 상승해도 국제선을 통해 외화 수익이 늘렸지만 현재는 코로나 확산세로 아직 국제선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같은 고환율은 국내 관광객이 해외여행을 할 때 교통비 부담감을 늘려 항공업계의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
물론 고환율이 무조건적으로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원화 가치가 저하되면 그만큼 국산 제품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매출액이 늘 수 있다. 다만 실제 계약체결로 인해 수출 증대로 이어질 지 여부가 관건이다.
고환율은 원자재 수입, 유류비 결제 외에도 투자비용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최근 K-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3인방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배터리 공장 증설 투자방안에 대해 근심이 많다. 이유는 고환율로 비용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단독공장을 짓기로 한 투자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매출이 늘어나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고 판단한다. 특히 투자비와 원자재 비용 등이 증가하는 부분이 있다"며 "가장 합리적인 부분을 고심,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고환율에 대해 예의주시한다. 철광석 등 원재료를 수입해 철강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철강업계의 양극화가 생길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포스코는 철강제품 매출의 40% 이상을 수출해 고환율의 장점도 있는 반면 대부분 철강업체들은 원화 약세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산업계에선 수출 확대를 통해 고환율의 부작용을 완충해야 한다는 목소리의 힘이 실리고 있다. 즉 원자재 고수입 비용을 수출로 상쇄해 실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수출비중이 높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은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반면 수출비중이 낮은 해당 기업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돌파구는 수출액 규모가 중요하다. 원자재값 부담을 완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