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최명진 기자] 게임업계가 PC·콘솔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년새 국내 모바일게임 이용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 이같은 변화의 주요 원인이다. 대세 장르인 모바일 RPG에 양산형 게임들이 늘어나면서 게이머들이 모바일게임에 부정적 인식이 늘어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양산형 게임을 찍어내던 게임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 게임사들은 PC·콘솔 게임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지난 6월 모바일 인덱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자는 2292만명으로 전년 6월대비 270만명 가량 줄었다. 이중 RPG 이용자가 25.9%로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RPG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대세 장르로 불리고 있다. 수집형RPG부터 미드코어 액션RPG, MORPG, MMORPG까지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게임 분야다.
하지만 리니지M 대성공 이후 국내 개발사들은 너도나도 리니지M과 유사한 게임을 시장에 유통했다. 재미는 희석된 채 그래픽만 다른 똑같은 게임이 계속 등장한 것이다. 게이머들은 이러한 게임을 두고 ‘리니지라이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기도 했다. 또 중국 양산형 MMORPG의 끊임없는 유입으로 인해 MMORPG는 대세 장르면서도 신선함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모든 리니지라이크 게임은 반복플레이와 막대한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성장 곡선, 이용자간전투에 집중한 엔드콘텐츠에 이용자들의 피로감은 높아졌다. 이용자 편의 기능이었던 자동사냥은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플레이’의 개념이 사라졌다”라는 이용자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확률형아이템과 강화·합성시스템에 확률 놀이까지 겹쳐 게이머들의 부정적 인식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국내 게임업계의 전면적인 구조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게이머들은 “국내 게임사들은 양산형 게임이 아닌 특색있고 자신만의 색깔이 보이는 진짜 게임을 개발해야한다”고 성토했다. 업계관계자 또한 “매번 비슷한 게임을 만드는 현재의 개발환경 속에선 개발자들의 창의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일부 개발자들은 대기업을 버리고 인디게임 개발자로 전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게임사들 또한 이러한 분위기를 읽고 점점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재진출을 노리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모바일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휴대성이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PC게임은 점점 위축된 상황이었다. 고가의 게임기를 구입해야 하는 콘솔 게임 시장은 더더욱 진출하려는 게임사들이 적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니즈와 함께 모바일 시장의 불신이 커진 현실에 다시금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시작은 3N부터 시작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라인업 중 TL과 프로젝트M을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다. 넷마블 또한 오버프라임, 하이프스쿼드를 시작으로 PC를 중심으로 한 멀티플랫폼 게임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넥슨은 베일드 엑스퍼트, 아크라이더스 등 준비 중인 신작 16개의 절반 가까이를 PC와 콘솔에서도 즐길 수 있게 제작하고 있다. 이외에도 크래프톤, 네오위즈, 펄어비스 등 PC·콘솔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게이머들의 시선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지금의 결과다. 기존의 프로젝트들이 있기에 당장은 힘들지만 양산형 모바일 게임은 모습을 감출 것으로 보인다”며, “PC·콘솔 시장은 국내보다 해외에 큰 시장이 형성돼있다. 이제는 국내, 아시아 시장만이 아닌 글로벌 공룡기업들과 맞붙을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