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끝내 코스피 2300선이 깨졌다.
경기 침체 우려와 원·달러 환율 상승, 코로나19 재확산 등이 기업들의 실적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당분간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코스피 하단 전망치를 2100까지 하향 조정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달 중 과도한 하락에 대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호재가 나타날 경우 증시가 탄력적인 반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49.77포인트(2.13%) 내린 2292.01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2300선을 밑돈 것은 2020년 10월 30일(2267.15) 이후 1년 8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증시 약세의 주 원인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 신호로 해석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미국에서 올해 세번째로 발생했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시장이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최근 크게 하락한 것도 경기가 둔화해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도 1300원을 넘어 외국인 투자자 수급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피 등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작은 매수·매도 움직임에도 방향이 쉽게 바뀌곤 했다. 안 그래도 올해 이탈을 계속하던 외국인이 근래 높아진 환율로 국내 시장에 있을 이유가 더욱 없어졌다. 어쩌다 조금이라도 증시가 반등하면 차익실현을 위해 매물을 쏟아내 도로 하락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조짐도 증시를 억누르는 요인이다. 한동안 1만명선을 밑돌던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 1만9371명으로 2만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42일 만에 최대치다. 중국은 코로나 확산 우려로 전날부터 산시성 시안 전역이 준봉쇄에 들어갔는데,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여기 위치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이은 증시 부진에 해외 증권사·신용평가사들도 국내 경제에 대한 좋지 않은 전망을 내놨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경기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금리 인상, 소비 둔화 위험으로 국내 증시가 큰 위험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높은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험난한 영업 환경에 한국 기업들의 이익창출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4일 한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직전 분기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연간 성장률도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2.6%보다 크게 낮은 1.9%로 전망했다. 내년 1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률을 이어가며 경기 침체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제시한 코스피 밴드 최하단은 평균 2200대로, 기존 2400~2500 수준에서 많이 낮아졌다. 현대차증권은 2180, 대신증권은 2050을 전망해 2200선마저 붕괴할 가능성을 점쳤다. 교보증권은 유일하게 2300대를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예상 밴드로 2260~2400을 내놓으며 "(미국)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가 나오지 않는 한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하에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모습이다. 각 증권사들은 코스피 밴드 상단을 2500~2600 수준으로 잡았다. 이번 달은 과도한 하락에 의한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한 증시 급락의 본질적인 원인이 인플레이션인 만큼, 이를 잡기 위한 긴축의 부작용이 있겠지만 경기 침체 우려는 과장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긴축 시그널이 금융 시장 및 실물 경제 주체들에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며 “7월은 위험관리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지만, 공격적인 매도를 통한 과도한 현금 보유 전략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최근 약세장은 상승 재료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인 만큼, 계기만 있다면 증시가 탄력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되거나 인플레이션 하락, 미·중 갈등 완화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등이 호재가 될 수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밸류에이션 조정과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완화가 스타일 팩터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회복 탄력성이 높고 이익 체력이 견고한 기업들을 선별하는 스타일 전략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