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KB증권이 올 상반기(1∼6월) 국내 투자금융(IB) 시장을 제패했다.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 부문에서 업계 1위를 차지했으며, 인수합병(M&A)시장에서도 국내 증권사 중 1위에 자리했다.
KB증권이 올 연말까지 지금의 성적을 유지해 연간 'ECM·DCM 1위'라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올 상반기 ECM 주관 실적 약 5조원으로 리그테이블 1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은 약 23%였다.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주관에 이어, 2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주관으로 전년 동기(2조3000억원) 대비 두 배가 넘는 실적을 거뒀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ECM 시장에 미친 파장은 엄청났다. IPO 공모 규모만 12조7500억원으로, 상반기 전체 총 IPO(13조6475억원) 뿐 아니라 ECM 거래액(약 40조원)을 이끌었다.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도 LG엔솔 공동 주관 1건만으로 2위에 올랐을 정도다. 특히 LG엔솔 이후 모든 대어급 IPO가 상장을 연기·철회해 KB증권의 실적이 더욱 돋보였다.
KB증권의 상반기 DCM 주관 실적은 전년 대비 30% 줄어든 14조원에 그쳤지만, 1위를 놓치지 않았다. LG유플러스·GS리테일·호텔신라 등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다. 단 NH투자증권이 13조원으로 바짝 뒤를 쫓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점유율도 KB증권이 22%, NH투자증권이 20%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KB증권의 DCM 주관 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상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해 회사채 발행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상반기 공모 회사채 발행액(74조원)도 전년 동기(88조원) 대비 20%가량 작아졌으며, 2분기 발행액은 최근 5년간 가장 적은 34조7800억원에 그쳤다. 발행에 나서도 미매각이 속출해 이 물량을 떠안아야 하는 주관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KB증권이 주관에 참여한 한화생명 회사채 발행도 미매각이 나왔다.
KB증권은 M&A 시장에서도 빛났다. 상반기 기업인수·매각 딜 금융자문 부문에서 외국계 IB 및 회계법인이 리그테이블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KB증권은 1조8180억원의 실적을 바탕으로 8위에 올랐다. 이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순위다. 디티알오토모티브의 두산공작기계 인수,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딜이 대표 성과다.
KB증권 관계자는 "올 상반기 ECM·DCM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은 업계 최고의 딜 실행 역량을 보유했기 때문"이라며 "M&A 부문에서도 기업들의 다양한 니즈에 최적화 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반기 IB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여전히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고 있어 대어급들이 IPO를 주저하고, 회사채 발행 수요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다만 KB증권이 IPO를 주관하는 현대오일뱅크·CJ올리브영 등의 상장이 예정된 것은 긍정적이다. 금리 상승세가 멈출 경우 IPO·회사채 발행이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KB증권이 연말에도 ECM·DCM 공동 1위에 성공한다면 이는 업계 최초 기록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하반기 대어급 IPO로 뒤쫓는다 해도, LG엔솔로 이룬 KB증권의 ECM 실적이 워낙 커서 1위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DCM 부문은 KB증권이 11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세라 이변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