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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기후채권 나왔다...은행들 'ESG 채권' 업그레이드

4대 은행, 상반기 모두 ESG 채권 발행...신한, 국내 최초 기후채권 역사
국내외 큰손 투자자 겨냥한 행보...채권 운용·관리 전문성 제고는 과제

 

[FETV=권지현 기자] 국내 대형은행들이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그간 국내 불모지였던 '기후채권'도 등장했다. 올해 금융권이 발행한 ESG 채권은 지난해에 비해 양적·질적 성장세를 보인 모습이다. 

 

'ESG 채권'은 친환경,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에 자금이 사용되는 채권을 말한다. 때문에 사회책임투자채권(SRI)이라고도 한다. 종류는 크게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3가지다. 국제자본시장협회는 ESG 채권의 투자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관리 체계가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외부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하며, 채권 발행 이후에도 자금사용 현황이나 환경·사회적 개선 효과 등에 대해 연 1회 이상 한국거래소에 정기보고를 해야 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모두 ESG 채권을 발행했다. 이들이 현재까지 발행한 금액은 약 21억달러(2조7400억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이달 5억유로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조달된 자금은 국민은행 지속가능금융 관리체계에 해당하는 친환경, 사회적 프로젝트에 사용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6억달러 규모로 역시 지속가능채권 발행에 성공했으며, 2000억원 규모 이상의 추가적인 발행을 앞두고 있다. 우리금융도 앞서 5억달러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눈여겨볼 점은 '기후채권'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국내 처음으로 5억 달러 규모의 기후채권을 발행했다. 기후채권은 탈탄소를 통해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하는 사업에 자금을 쓰겠다는 확실한 '약속'에 따라 국제기후채권기구(CBI)의 사전 인증을 획득하고 낮은 이율로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금융사가 투자자(채권 구매자)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기존에 시장가보다 낮게 책정된 이자율보다 높은 이자율을 부담하게 된다.

 

그동안 국내 금융권에서 기후채권은 넘어야 할 벽으로 여겨졌다(본지 2021년 8월 27일자, '금융권 기후채권 발행 '0', 왜' 참조). 다른 ESG 채권보다 발행 기준이 훨씬 깐깐하고 엄격해서다. 한국과 달리 주요 국가들은 기후채권을 적극 발행하고 있다. CBI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권과 대기업은 지난해까지 총 1조5000억달러(한화 1955조원)의 기후채권을 발행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기후채권의 18%가 중국에서 나왔으며, 일본은 '일본생명'이라는 보험사 한 곳이 현재까지 21억달러(한화 2조7400억원) 규모의 기후채권을 발행했다. 신한은행의 이번 기후채권 국내 최초 발행이 주목받는 이유다.

 

4대 은행이 ESG 채권의 발행, 운용의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모두 발행에 나선 것은 투자자들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ESG 채권은 금융사의 자금조달 측면에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해당 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ESG에 힘쓰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투자 획득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외 자본 시장 큰손들은 잇따라 ESG 경영을 펼치는 기업에 투자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내년까지 전체 운용자산의 절반을 ESG 기업에 투자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으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올해 초 주주 서한에서 "ESG는 이념적 의제나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기업과 주주가 공동으로 번영하기 위한 자본주의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블랙록의 투자를 받으려면 기업이 ESG 실적을 공개하는 데 더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자발적으로 먼저 움직이라는 신호를 던진 것이다. 

 

국내 대형은행들이 갈수록 체계를 더해가고 있다는 점은 향후 이들의 ESG 채권 발행, 운용 등에 기대감을 싣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의 소진 내역은 투자자에게만 공개했으나, 현재는 매년 한 차례 그룹의 홈페이지에서 이를 공개하고 있다. 2022년 ESG 채권을 발행하면 2023년 말까지 ESG 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자금 운용, 수익 내역 등을 공개하는 식이다.

 

다만 전문성은 좀 더 높여야 한다. 현재 4대 은행은 ESG 채권 발행의 결정과 조달한 자금의 관리를 자금부서가 맡고 있다. 글로벌 은행들이 ESG 전담 팀·인력을 둬 해당 채권의 모든 것을 전문적으로 관리·운용, 공개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국내 몇몇 은행의 경우 ESG 전문가와 관련 팀이 부재해 IPO, 해외 관련 부서 인원이 ESG 채권 업무를 일부 수행하기도 한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 채권을 통해서 자금을 모집하면 운용할 때 시장금리 등에 따른 부담이 있지만 ESG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가 생각보다 높아 지속적으로 ESG 채권에 관심을 갖는 상황"이라며 "ESG 채권 발행 성공은 해당 은행의 녹색금융 노하우가 인정받았다는 뜻이어서 은행 신임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의 ESG 채권 발행액과 금리 경쟁력이 날로 좋아지고 있는데, 이는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동기가 되기도 한다"며 "다만 아직까지 ESG 조직이 위원회에 그치고 있어 ESG 채권 발행액이 늘어날수록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