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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중공업


"환율상승 호재 옛말"...조선업계 원자재값 급등에 울상

환율 1290원 돌파...달러화 계약하는 조선업 매출 증가 전망
국제 원자재값 상승으로 후판값 인상...수익성 ‘걸림돌’
카타르 프로젝트발 수주 이어지는데 대외 환경 불확실성 커져

 

[FETV=박신진 기자] 조선업계에 환율 상승, 릴레이 수주 등 희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체들은 이같은 좋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얼굴빛이 밝지 않다. 환율 상승과 릴레이 수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율 인상이 수익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반면 판 가격 인상을 부추겨 경영환경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조선업계의 얼굴빛이 밝지 않은 이유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14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연 최고점인 1292.5원을 기록한 뒤 소폭 하락한 1286.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19일(1296.0원) 이후 약 2년 3개월만의 최고 수준이다.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통상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조선업은 주로 달러화로 계약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표시 매출이 늘어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조선·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 등 18개 산업중 조선업의 환율 민감도가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즉, 환율이 오르면 조선업의 수익 개선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잇따른 수주 성공도 조선업계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대목이다. 조선업계는 지난달 중국을 제치고 전 세계 수주 ‘1위’를 차지했다. 지난 5월의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50만CGT(표준선 환산톤수·57척)로, 이중 한국은 120만CGT(20척·48%)를 수주하며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조선업체들의 수주 랠리는 이달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은 24조원에 달하는 카타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앞서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업체는 지난 2020년 6월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인 카타르의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100척이 넘는 LNG선 건조 슬롯 계약을 체결했다. 슬롯 계약은 새 선박용 도크를 미리 선점하는 것을 말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7일 에이치라인해운·팬오션·SK해운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으로부터 17만 4000㎥급 LNG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 한국조선해양도 최근 유럽 소재 선사와 대형 LNG운반선 2척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이 카타르에너지와 계약한 LNG선 가격은 평균 2700억원으로, 저가 수주 우려도 털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은 올해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각각 연간 목표액의 66.6%, 74.9%를 달성했다.

 

다만 최근엔 ‘환율상승=수익증대’ 공식은 통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상황 속에서 환율 상승은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겐 부담이기 때문이다. 조선업체는 철강회사와 매년 두 차례 배를 만드는데 쓰이는 후판 가격을 합의한다. 이 과정에서 철강회사는 환율인상에 따른 철광석 등 원재료 값 인상을 이유로 후판 가격 상향조정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은 10만~15만원 가량 인상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업계의 손익계산은 더 복잡해졌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에서, 기업들은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워스트 시나리오’를 고려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은 “앞으로의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위기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며 외부 영향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주로 선박 인도 시점에 대금을 많이 받는 ‘해비테일’ 구조이기 때문에 수주후 1년이 흐른 시점부터 수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하지만 후판 가격 상승에 대한 손실분은 ‘공사 손실 충당금’이라는 영업 손실로 바로 인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통적으로 조선업계에 있어 환율 상승은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현재는 환율이 오르는 것을 상쇄할 만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