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 외부에 출하하지 못한 제품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624/art_16550822974189_f73020.jpg)
[FETV=박신진 기자] "속탄다 속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이 요즘 속앓이가 한창이다. 전국 화물노조 파업으로 일부 강제 생산공장이 중단된데다 엔화 추락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심각한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12일에도 총파업을 지속하는 등 물류대란이 멈추지 않았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물류대란에 따른 철강재 수급 차질을 이유로 공장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다른 철강회사들도 상품 출하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해야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철강업체들이 곤혹스러운 대목은 이같은 화물노조발 물류대란과 함께 연일 바닥으로 추락하는 엔화다. 엔화 추락이 장기화할 경우 철강업계의 글로벌 가격경쟁력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물류대란과 엔화 추락 등 두가지 악재가 올 2분기 철강업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포스코 측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제품이 출하되지 못하자 적재공간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아래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포항제철소 선재공장은 1선재 공장부터 4선재 공장까지 모든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냉연공장의 경우엔 가전이나 고급 건자재용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2냉연 공장 가동이 멈췄다. 이에 따라 선재제품은 하루 약 7500톤, 냉연제품은 4500톤 등 약 1만2000톤의 생산 피해가 예상된다는 게 포스코측의 계산이다.
지난 7일부터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2만톤, 광양제철소 1만5000톤 등 총 3만5000톤의 일일 육송 출하가 전면중단된 바 있다. 현재까지 출하하지 못한 제품은 11만톤 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포항제철소는 공장내 제품창고 공간 확보를 위해 대내외 협의를 지속했지만, 결국 도로나 공장 주변에 제품을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총파업이 이른 시일내 해결되지 못할 경우 열연, 후판공장 가동도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같은 물유대란이 장기화할 경우 고로(용광로) 가동 중단도 예고되는 등 심각한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게 포스코 측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12일 4차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화물연대는 즉각 무기한 총파업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물류대란으로 제철소 창고 저장능력을 초과하는 상품이 적재되는 등 비상체제다. 사태가 지속할 경우 고객사와 철강산업 피해가 우려된다”며 "피해 확산 방지 차원에서 (물류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물류사태로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매일 9000톤의 물량이 출하되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다른 철강회사들도 제품을 출하가 차질을 빚는 중이다.
통상적으로 2분기(4~6월)는 철강업계의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물류대란 사태는 경영 실적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는 지난 1분기 원가 부담 우려에도 원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중국 봉쇄가 해제, 철강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태였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이같은 기대감을 물거품으로 끝났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은 철강 최대 성수기로 가격과 시황도 좋은 상황이지만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어 타격이 크다”며 “원자재 가격이 상승분이 2분기 실적에 반영, 시장 컨세서스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이를 웃도는 양호한 실적을 거둬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 추이. [자료=한국은행]](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624/art_16550823806911_89e1e2.png)
철강업계의 어려운은 이뿐 아니다. 연일 하락하는 엔화도 철강업계의 위기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일본 엔화 가치 하락이 국내 철강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회사들이 엔화 가치 하락을 어두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달러대비 엔화 환율은 134.445엔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31일 127.695엔 대비 6.75엔(5.3%) 높아진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20년만의 최고치다. 엔·달러 환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일본은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정책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어 엔화가 급락하고 있다.
일본과 경쟁 관계인 국내 철강업계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제품이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올라 상대적으로 한국 제품은 가격적인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특히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박승호 국회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엔화 가치는 전년말 11.1% 떨어지며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크게 하락했다”며 “일본 엔화 환율과 우리나라 수출 간의 연계성은 낮아지고 있지만,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출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