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금융계 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 원장에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선임되면서 사상 첫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 탄생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검찰 출신이 금감원장으로 임명되면서 향후 금융사에 대한 검사·조사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신임 원장은 7일 취임사를 통해 "금융 시장과 민간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를 점검하고, 불공정 거래 근절 등을 통해 종국적으로 금융시장 활성화의 토대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1972년생으로 서울 출신인 이 원장은 서울 경문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공인회계사 (CPA) 시험과 사법시험(42회)에 동시 합격했다. 32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부부장검사·특수4부 부장검사·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 대전지방검찰청 형사제3부 부장검사 등을 지냈다. 2021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2부 부장검사를 맡았다.
검사 출신으로서 금감원장에 오른 최초 사례인 만큼 금융권은 경제 정책의 칼자루를 쥔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 원장의 '인맥지도'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의 인맥 키워드는 검찰, 서울대 경제학과, 공인회계사 등으로 집약된다.
◆ 검찰
이 원장과 같은 검사 출신으로서 금융권에 발을 들인 인물들은 대부분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NH농협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에 오른 이종백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이 의장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법학 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부턴 로펌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지난 3월부터 삼성카드 사외이사를 맡은 김준규 전 검찰총장도 법조인 경력을 금융권으로 확장한 경우다. 김 사외이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지방검찰청 남·북부지청 검사, 서울지방검찰청 고등검찰관,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 등을 거쳐 2009~2011년 37대 대검찰청 검찰총장을 지냈다. 이후 2016년까지 법무법인 화우에서 대표변호사를 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을 지낸 정구환 KB금융지주 사외이사, 법무장관 출신의 김성호 대신증권 사외이사, 대검 강력부장 출신 박민표 NH투자증권 사외이사, 부산고등검찰청 차창검사를 지낸 이영렬 OK저축은행 사외이사 등도 검찰에서 경력을 쌓았다. 신한저축은행 주완 사외이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검찰 출신으로 2020년 교보생명에 합류한 조기룡 법무지원실장 전무는 청주지방검찰청 차장검사, 서울고등검찰청 공판부장검사, 대구고등검찰청 검사 등을 지냈다. 조 전무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중요한 재판을 총괄하고 있다.
◆ 서울대 경제학과
이 원장의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 금융인으로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있다. 김 위원장이 14년 선배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이 원장의 5년 선배다. 금융당국 인물 '빅3' 모두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셈이다.
금융지주에선 신한금융지주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이 유난히 많이 포진돼 있다. 고석훈 전략·지속가능경영부문장(CSSO), 이태경 재무부문장(CFO), 장동기 GMS사업그룹장 등이다. 김희송 신한자산운용 사장,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신한금융에 발을 들인 경우다.
이외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 내정자,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사장, 권태균 하나손해보험 사장, 유광열 SGI서울보증보험 사장도 이 원장의 대학 동문이다. 이승열 하나생명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조좌진 롯데카드 사장,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 등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한편 경문고 출신 금융권 인사로는 류승헌 신한자산운용 부사장이 있다. 1965년생으로, 이 원장의 7년 선배다. 류 부사장은 경문고와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1989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후 2001년 신한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9년까지 18년간 IR업무를 담당했다.
◆ 공인회계사
이 원장은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앞서 공인회계사 시험에 먼저 합격했다. 이 원장과 마찬가지로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금융권에 입성한 인물로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대표적이다. 광주상고를 졸업한 윤 회장은 1973년 외환은행에서 행원 생활을 시작한 뒤 1980년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1980~2002년까지 삼일회계법인에서 20년 이상을 회계사로 근무했다. KB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부행장, KB금융 CFO·부사장, 국민은행장 등을 지냈다. 2014년 KB금융 회장에 올랐다.
지방 금융그룹 회장으로는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부산대 무역학과에 다니다가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김 회장은 부국증권, 현대증권에서 사장을 지낸 뒤 하나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2012년까지 부회장을 역임했다. 이듬해 하나금융 상임고문으로 물러나며 금융권을 떠났으나 5년 만에 복귀, 2017년 BNK금융 회장으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