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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교보생명 오너 3세 ‘디지털’ 대결…누가 웃나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장남 신중하 차장 그룹DT지원담당으로 입사
한화생명,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차남 김동원 부사장 CDO로 활약

 

[FETV=장기영 기자] 생명보험업계 2위권 경쟁사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오너 3세가 디지털 전환(DT) 경쟁을 벌인다. 금융권 최대 화두인 디지털 전환은 두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과제다.

 

경쟁의 주인공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책임자(CDO) 김동원 부사장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인 그룹DT지원담당 신중하 차장이다. 김 회장과 신 회장이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디지털 전환 성과에 따라 향후 경영승계 작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디플래닉스 디지털전략총괄은 이달 교보생명 지속경영기획실 산하 그룹DT지원담당 차장으로 입사했다. 교보정보통신 자회사 디플래닉스에서 디지털 운영 전략 업무를 수행해 온 신 차장은 그룹DT지원담당을 겸직하게 됐다.

 

신 차장은 1981년생으로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외국계 투자은행(IB) 크레딧스위스 서울지점을 거쳐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에 입사했다. 지난해 교보정보통신으로 자리를 옮겨 디지털혁신(DX)신사업추진팀장 재직하다 같은 해 12월부터 그룹 데이터 전략 실행을 위해 신설된 디플래닉스에서 근무해왔다.

 

신 차장은 앞으로 교보생명과 교보증권,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등 계열사의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고 디지털 전환 추진 현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 차장의 입사는 그룹의 중점 추진 과제인 데이터 전략 실행과 디지털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며 “성공적인 데이터 체계 구축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교보생명과 계열사의 협업이 무엇보다 필수적인데, 신 차장은 그동안 계열사에서 디지털 추진 과제를 경험하며 협업에 참여해왔다”고 겸직 배경을 설명했다.

 

 

신 차장이 교보그룹 디지털 전환 전면에 나서면서 이미 경쟁사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부사장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한화생명에 9년째 재직 중인 김 부사장은 CDO를 맡아 디지털 전략 수립과 실행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1985년생으로 미국 예일대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으며, 2014년 한화생명에 디지털팀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전사혁신실 부실장, 디지털혁신실 상무, 해외총괄 겸 미래혁신총괄, 최고디지털전략챔임자(CDSO) 겸 전략부문장 등을 거쳐 CDO로 재직 중이다.

 

업계 최초로 보험설계사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활동할 수 있는 디지털 영업채널 ‘라이프 엠디(LIFE MD)’ 구축 등이 김 부사장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생보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오랜 시간 경쟁해 온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이들 오너 3세의 주도 아래 더욱 치열한 디지털 전환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전환은 오너인 김승연 회장과 신창재 회장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항공우주, 그린에너지, 디지털금융과 같은 미래사업은 단기간 내에 핵심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확신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2022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보험사업 핵심 업무 절차를 시간, 비용, 편의성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화생명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고객의 투자성향과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적합한 펀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변액보험 펀드 디지털 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제휴 법인보험대리점(GA)의 설계사들이 휴대전화만 있으면 시간, 장소에 관계없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모바일 영업지원 솔루션 ‘보이는 GA월드’를 도입했다. 설계사 교육을 위해 국내 보험사 최초의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 가상 연수원 ‘라이프플러스 타운(Lifeplus Town)’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교보생명은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마이데이터(My data·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 ‘피치(Peach)’를 선보였다. 피치는 특화된 금융·건강 서비스에 금융교육, 문화·예술 콘텐츠 등을 더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달 국내 보험사 중 최초로 글로벌 클라우드 선도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협약에 따라 디지털 서비스와 플랫폼에 AWS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 사용하고, 데이터 분석, 기계학습을 포함한 AWS의 첨단 서비스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과 신 차장의 디지털 전환 성과는 향후 경영승계의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이 단순히 오너 자녀라 회사를 물려받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김 부사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한화생명을 비롯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승계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한화그룹은 최대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을 통해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나머지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 2019년 12월 한화생명 보통주 30만주(0.03%)를 처음으로 매수해 승계 작업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교보생명의 경우 장남인 신 차장의 경영승계가 유력한 가운데 차남인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매니저의 활약이 변수다. 신 매니저 역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디지털전략파트에 근무하며 디지털 신사업 전략 수립과 글로벌 기업 네트워크 구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신 매니저는 198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 이후 일본 SBI그룹의 인터넷 금융자회사 SBI손해보험, SBI스미신넷은행 등에서 전략 및 경영기획 업무를 맡았다.

 

현재 두 사람 모두 교보생명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 차장의 교보생명 입사를 경영승계와 연결짓는 시각에 대해 “신 차장의 입사는 2세 경영수업이라기 보다는 그룹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면서 충분한 실무경험을 쌓기 위한 것”이라며 “채용 과정에서 일반 임직원들과 동일한 인사 원칙을 적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