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싸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 사모펀드간 '리턴매치'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KCGI가 2년 만에 주주제안하면서 표대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또 한 번 표대결이 예고된 상황이다. 실적 부진과 여동생의 사장 승진을 두고 조 회장을 겨냥해 주주제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현재 KCGI의 동력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주주연합 동맹에 금이 갔고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의 편을 들어줄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지분율도 벌어진 상태라 하루 앞으로 다가온 주총의 승기 여부가 불투명해진 모양새다.

◆‘조현민 리스크’…2년 만에 ‘리턴매치’=한진칼은 23일 서울시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당일 한진칼은 재무제표 승인과 사·내외 이사 선임의 건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KCGI는 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주주제안했다. 크게 ▲사외이사 추천 ▲전자투표제도 도입 ▲이사 자격 강화 등 세가지다.
KCGI 측은 주주제안을 하면서 “자회사의 호실적이 지주사의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도록 이사회가 노력해야 하지만 한진칼은 시장과의 소통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CGI 측은 또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사를 계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기업가치와 회사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한진칼은 연결기준 3952억원의 매출과 195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보다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 특히 영업부문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사상 최대치에 달하는 1조4179억원의 흑자를 올렸지만 회사의 손익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계열사 사장을 비판한 배경에는 조원태 회장의 친동생 조현민 ㈜한진 사장이 있다. 조 사장은 지난 2018년 이른바 ‘물컵갑질’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지만 14개월 만에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지난해에는 물류회사인 ㈜한진에서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맡았고 올해 1월, ㈜한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조 사장은 ㈜한진 임원이기에 이번 주총과 관련이 없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한진칼 아래 ㈜한진과 대한항공 등 계열사가 위치한다. 다만, ㈜한진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조 사장의 승진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KCGI의 이번 주주제안은 한진칼 이사회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왼쪽부터) 조원태 회장, 강성부 KCGI 대표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312/art_16479091619419_8d4467.png)
◆긴장감 없는 주총, 지분 차이 커=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온 한진칼 주총은 과거와 달리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KCGI의 동력이 과거와 달리 크게 떨어져 주주제안이 주총을 통과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도 조 회장 측에 설 것으로 보여 입지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지난 2020년 조원태 회장은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주주연합으로 인해 경영권 상실 위기에 놓였다. 당시 이들의 한진칼 지분율은 40%에 달해 조 회장 측보다 우세했다. 이후 조 회장은 국민연금과 자문사들 지지, 법원의 의결권 행사 범위에 대한 가처분 신청 기각 등에 힘입어 당시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된 바 있다.
KCGI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했다. 또 반도건설과 한진칼이 발생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임시 주총을 소집해 조 회장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다. 조 회장 측과 지분 격차를 크게 벌리며 경영권 쟁취에 나섰지만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해 나서면서 이들의 반전 모색도 사실상 물거품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그레이스홀딩스(17.41%), 조현아 전 부사장(2.06%)과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17.02%) 등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36.49%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9% 줄어든 수치다. 반면,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20.93%이며 여기에 우군인 델타항공(13.21%)과 산은(10.58%)을 더한 지분율은 총 44.72%에 달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CGI의 주주제안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주주제안이지만 주주총회에서 이길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도건설이 주주제안에 참여하지 않았고 조현아 씨의 지분 축소 등 3자 연합의 결속력이 다소 약화됐다”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산은이 한진칼 회사 측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