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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워치+]SKB·넷플릭스, ‘망 사용료’ 분쟁 재개…핵심 쟁점은?

16일 법정 공방 2R…SKB, “사용료 없이 써 트래픽 급증”
넷플릭스, “OCA로 지급 의무 없어”…통신사들, 비용 절감 주장
‘망 사용료’ 전세계 압박…GSMA도 “망 투자 분담해야”

[FETV=김현호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16일 ‘망 사용료’를 두고 법정 공방 2라운드에 들어간다. 전 세계에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양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자사 망을 무단 사용해 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넷플릭스는 트래픽 수를 줄이는 네트워크 설치로 책임을 다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의 분쟁은 통신사와 글로벌 콘텐츠 기업간 최초의 사례라 ‘세기의 재판’으로 평가된다. 넷플릭스가 패소할 경우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가 지불해야 하는 ‘망 사용료’만 천문학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SK브로드밴드는 1심 승소와 더불어 세계 각국의 든든한 ‘우군’까지 확보한 상황이다.

 

 

◆“의무 없어” SKB vs 넷플릭스 ‘망싸움’ 치열=서울고등법원은 이날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채무부존재 확인’ 관련 항소심 첫 변론을 진행한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인터넷망을 사용해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넷플릭스는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한 만큼 별도의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채무부존재 확인’은 실질적 채무가 없다는 이유로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자사의 데이터 전송망을 이용해 이익을 내는 반면 회사의 손실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측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1초당 기가비트)에서 2020년 3월 400Gbps로 8배 급증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OCA(Open Connect Alliance)를 설치해 트래픽을 크게 절감시켜 별도의 이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OCA는 넷플릭스가 전 세계 통신사(ISP)와 협업해 만든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뜻한다. 전세계 사용자들이 동영상 서비스를 동시에 시청하게 되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는데 넷플릭스는 OCA로 트래픽을 줄였다고 설명한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OCA로 자체 트래픽을 최대 100%까지 줄일 수 있다.

 

OCA는 뉴욕과 파리, 런던 등 대도시뿐 아니라 노르웨이 트롬쇠, 칠레 푸에르토 몬트 등 세계 곳곳에 설치됐다. 전세계 사용자들은 넷플릭스에서 각국의 해저케이블을 거친 후 나라별 통신사 회선을 거쳐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국내의 경우 OCA가 설치된 일본 도쿄, 홍콩 등 인접국 해저케이블을 거친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통신사들이 OCA로 12억달러 규모 트래픽 비용을 절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심에선 SK브로드밴드가 승기를 잡았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에 대한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며 재정신청을 냈다. 넷플릭스는 ‘사용료 부담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2020년 4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1심은 ISP와 CP(글로벌 콘텐츠 기업)간 '망 이용대가 소송' 관련 전세계 최초의 판례로 남았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트래픽 수가 늘어나면 이에 따른 투자도 진행돼야 하는데 넷플릭스는 자사 망을 이용하면서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CDN은 일본과 홍콩 OCA로 전송되지만 최종 이용자들까지는 도달하지 않는다”며 “OCA로 절약할 수 있지만 100%는 되지 않아 현재 넷플릭스는 중간까지만 책임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입지 좁은 넷플릭스, 전세계 압박 거세=망 사용료 분쟁과 관련해 넷플릭스의 입지는 크게 위축됐다. 세계 각국이 넷플릭스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비용 분담을 촉구했다.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이사회서도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대가로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만 대략 1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통신사마다 이용 대가를 지불 하게 된다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집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각국 통신사 최고경영자는 EU의회 의원들에 “빅테크 기업들이 인터넷 서비스 비용에 기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트래픽 사용량 증가에 통신사들은 수십억 유로를 투자하는 반면, 이들 기업은 인프라 투자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미국 지방 정부도 넷플릭스 등 OTT 사업자와 망 사용료 지급 관련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달 초 끝난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 분야 축제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2‘에서도 넷플릭스를 압박하고 나섰다. MWC 22를 주관하는 GSMA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의 보편기금 기여 정책을 추진하기로 승인했다. 각국 펀드에 CP들이 투자하는 방식이다. GSMA 이사회 멤버인 구현모 KT 대표는 당시 “망 투자를 분담해야 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SK브로드밴드와 모회사인 SKT가 넷플릭스 간의 망사용료를 둘러싼 법적 공방에 따른 수혜를 예상했다. 그는 “당장 망 사용료 수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직간접적으로 통신사가 부담하는 투자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며 “네트워크 관련한 현재 상황은 통신에게 우호적인 판단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