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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물류


‘항공 빅딜’ 대한항공·LCC 희비...왜?

공정위, 조건부 합병 승인…대한항공·아시아나 웃고 계열사 운다
진에어·에어부산 등 자회사, 슬롯·운수권 내줘 외형 확장 힘들어
경쟁 LCC, 장거리 노선 운항 가능…항공기 도입 승부수 던지기 시작

[FETV=김현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조건부 승인 내리자 항공사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도 불구하고 L.CC(저비용항공사)는 장거리 노선 중심의 외연 확장이 어려운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장거리 노선의 경우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등 상반된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즉, LCC 입장에선 장거리 노선에 투입할 대형기가 없어 단기간내 장거리 국제노선 취항이 불가능한 셈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LCC간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다. 

 

 

◆“슬롯·운수권 반납해라” 공정위, 합병 제한적 승인=공정위는 양사의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 ‘향후 10년간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합병 이후 국내 항공시장을 독과점 할 수 있어 슬롯 및 운수권 재분배 필요성을 내비친 것이다. 슬롯은 항공기 출발 및 도착 시각을, 운수권은 특정 국가에 취항하기 위해 필요한 권리를 뜻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합병 이후 양사의 여객·화물 중복노선은 총 119개다. 이 가운데 여객선이 중첩되는 구간은 국제선 65개. 국내선 22개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국내외 화물 노선은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했지만 여객 노선은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중 국제선의 경우 미주는 5개, 유럽은 6개, 중국과 동남아는 각각 5개, 6개 등 총 26개 노선에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밝혔다.

 

노선별로 미주 지역은 서울↔뉴욕·로스엔젤레스·시애틀·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 등이 포함됐다. 유럽은 서울↔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런던·파리·로마·이스탄불 등이다. 중국은 서울↔장자제·시안·선전, 동남아는 서울↔프놈펜·팔라우·푸켓·자카르타 등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동남아·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는 운수권 재배분 등을 통해 국내LCC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사 집안, 희비 엇갈려=공정위 판단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LCC 자회사들은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 등 LCC 경쟁사가 신규 취항을 하거나 항공기 증편을 원한다면 슬롯 및 운수권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양사의 계열사인 진에어, 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의 경우 외형 확장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LCC 업계의 주력 기체는 보잉 737-800 기종이다. 항속거리는 5000km 중반으로 주로 일본·중국·동남아 노선 등에 투입된다. 경쟁사들 입장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여객 수요도 회복되기 때문에 이번 슬롯·운수권 반납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장거리 노선은 여전히 FSC(대형항공사) 업계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유럽 노선의 항로는 1만km 이상에 달하며 항로가 길수록 유류비 등 운영비 지출이 커진다.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는 안정적인 고객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조차 수익 회복에 어려움을 겪자 서울↔시카노 노선을 정리하기도 했다. LCC로선 장거리 노선 취항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로 인해 ‘조건부 승인’이더라도 FSC에는 당분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거리 노선은 슬롯·운수권 반납이 요구되는 전제 조건이 실질적으로 충족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중·단거리는 증편 및 신규 진입이 가능해 보유 기재 수가 가장 많은 제주항공의 상대적 우위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FSC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인 반면, 진에어를 포함한 LCC 3개사의 경우 통합을 통한 외형 확장 효과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LCC, 장거리 노선 대비 움직임도=다만, LCC의 ‘계산기’는 바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가 경쟁사의 신규 진입 등을 촉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만큼 노선 다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기에 장거리 노선 취항은 어려울 수 있지만 앞으로 여객기를 추가 도입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일부 LCC는 대형 여객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에어버스의 A330-300 항공기를 올해 상반기 안에 3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A330-300은 최대 10시간까지도 비행이 가능해 북미·유럽 노선 운항이 가능하다. 또 신생 LCC 에어프레미아는 최대 항속거리가 약 1만5000㎞인 B787-9 기종을 1대 운영 중이다. 사측은 이 기종을 올해 4대로 늘리고 2024년에는 10대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국내 LCC 1위 기업인 제주항공은 당분간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1000km 이상 운항 거리가 늘어나는 B737-맥스 도입으로 조금 더 거리가 먼 노선을 신규 취항할 예정”이라며 “현재 운영하는 항공기를 고도화하는 전략으로 ‘잘하는 걸 먼저 하자’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주항공 측은 향후 장거리 노선 취항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게 되면 승무원들과 정비사들은 비행의 복잡성으로 재교육을 받아야 하며 항공기와 부품도 새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의 복잡성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0년의 시기와 양사의 합병 및 주식 취득 시기까지 고려하면 회사는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마칠 수 있어 장거리 노선 취항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