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지난 2007년 11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가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수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2002년 실패 이후 총력을 기울인 재도전으로 따낸 승리로 더욱 열기는 뜨거웠다.
2012년 여수 세계엑스포 개최를 전후로 그동안 없던 고속철도가 설치되고, 고속도로도 뚫리는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골프장도 경도를 포함 5곳에 건설이 추진됐고, 전남개발공사는 여수 엑스포 대비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해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를 목표로 2008년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엑스포가 끝나고 10년이 지난 지금 여수 세계 박람회장은 버려져 이렇다 할 활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막대한 부채를 지닌 여수 박람회장을 여러 차례 매각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여수 경도 개발도 전남개발공사가 총사업비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 추진했으나 자금난을 겪으면서 민자 유치로 전환했다.
하지만 30여개 국내 유수 리조트 기업 및 대기업을 방문했음에도 투자 유치는 실패했다. 개발 사업은 표류를 계속하다 지난 2016년 중국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며 다시 매각이 진행됐다. 그러나 중국 기업이 투자 이후 분양 수익만 챙기거나 투자가 중단될 수도 있고, 분양권을 사놓고 찾아오지 않는 유령도시가 될 것이란 이유로 시민들의 항의가 거셌다.
하지만 전남개발공사는 누구한테라도 넘겨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지난 2016년 7월, 전남개발공사는 공식적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준공된 1단계 사업 자산을 포함한 경도 해양관광단지 사업권 매각을 진행한다. 입찰에는 뜻밖에도 미래에셋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중국 자본 두 회사와 미래에셋컨소시엄이 입찰 경쟁에 참여했고, 같은 해 8월 입찰 결과 경도를 세계적인 관광지를 조성하고자 하는 미래에셋컨소시엄이 우수한 평가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미래에셋은 청정지역인 남해안의 다도해를 계획적으로 개발해 한국 관광산업에 기여하고자 투자를 시작했다.
미래에셋이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된 후 여수시청에는 '박현주 회장님 감사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이에 화답하듯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2020년 착공식에서 “여수 경도를 최고의 퀄리티로, 창의적으로 개발해, 문화를 간직한 해양 관광단지로 만들겠다”며 “경도 개발에 따른 이익을 단 한 푼도 서울로 가져가지 않겠다”고 개발이익 100% 여수 재투자를 약속했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미래에셋이 레지던스 건립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다. 컨소시엄이 레지던스를 추가한 것은 지난 2020년 10월로 싱가포르 센토사가 장기 체류형 숙박시설인 레지던스를 도입해 비수기 슬럼화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례를 벤치마킹해 지속적인 여수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센토사 섬 안에는 1582세대의 레지던스가 있다.
그런데 여수시의회는 미래에셋의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을 투기로 규정했다. 가뜩이나 펜션 등이 많은 여수에 부동산 투자 붐이 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여수시의회는 전남 여수시가 부담해야 할 경도 진입도로 예산을 지난 15일 전액 삭감했다.
단기 숙박용 리조트, 호텔과 장기 숙박을 위한 레지던스를 동시에 짓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최근 쌍용건설은 두바이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 인공섬에 46층 초특급 호텔 3개 동과 37층 최고급 레지던스 3개 동을 시공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해 4월 오픈한 글로벌호텔그룹 아코르의 SLS 두바이도 254개의 호텔 객실, 371개의 레지던스, 321개의 호텔아파트로 구성됐다. 이미 전 세계적 브랜드가 된 미국 리츠칼튼 호텔은 50곳이 넘는 지점에 호텔과 레지던스를 함께 운영 중이다. 특히 하와이 와이키키 비치에 위치한 호텔은 100만 달러 가치의 콘도부터 2000만 달러의 펜트하우스 등 총 552동의 레지던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건설이 베트남 하노이에 오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2018년에 착공한 롯데몰 하노이도 호텔과 레지던스를 같이 짓고 있다.
심지어 경도 교량은 경도 개발과는 무관하게 1986년에 여수시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된 숙원 사업으로 신월동-경도-돌산 간 교통량 분산 처리를 위해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회간접시설이다. 여수시의회는 반대를 위한 반대와 시민과 여수시 발전을 위한 반대를 구분해서 어렵게 시작한 사업이 좌초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