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수식 기자]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가 지난해 일제히 호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소비로 매출이 크게 올랐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두 경쟁사에 비해 소폭 성장하는 데 그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롯데백화점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창사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오랜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인사를 잇달아 영입했다. 특히, 외부인사로 신세계 출신을 대거 영입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의 성장이 돋보인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좋은 실적을 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은 2조3165억원으로 전년대비 2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622익원으로 무려 101.6%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매출 2조1032억원, 영업이익 3048억원으로 각각 20.2%, 53.3% 늘었다. 롯데백화점도 매출 2조8880억원, 영업이익 349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8.8%, 6.4% 증가한 수치다.

백화점 매출 신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소비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여행 대신 백화점에서 명품 등 고가 상품을 찾는 이들이 늘은 것이다. 실제로, 각 백화점 명품 매장 앞에는 백화점 점포 문이 열리자마자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을 사기 위해 달려가는 현상 즉, ‘오픈런’이 형성된 모습이 자주 보였다.

MZ세대도 백화점 매출 신장에 견인했다. MZ세대는 지난해 명품 소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2월 오픈한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 등에서 MZ세대 유입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대, 30대 고객은 전년 대비 각각 86.7%, 54.2% 증가했고, 2030대 매출 비중은 43.4%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대 고객 매출이 전년 대비 95.8% 늘었고, 30대 매출은 40.3% 증가했다.

이같은 호황에도 롯데백화점의 실적 개선세는 다소 아쉽다는 시선이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이 50~100% 등 성장하는 사이 롯데백화점은 6.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액도 8.8%로 경쟁사의 20%대 성장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백화점이 칼을 빼들었다.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인사를 수혈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에는 신세계 출신 등 외부 인사로 채워지는 모양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신세계 출신 인사를 전격 발탁했다. 롯데백화점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출신 조형주 럭셔리 부문장(상무보)를 지난 14일자로 채용했다. 조 상무보는 신세계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 수석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MD1 상품본부 소속으로 롯데백화점의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 및 럭셔리 상품군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달 17일부터는 신세계 출신의 이승희 상무와 안성호 상무도 롯데백화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장 출신인 이 상무는 오퍼레이션 태스크포스팀을 총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디자인 담당 임원이었던 안 상무는 스토어 디자인 부문장으로 백화점 점포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을 이끄는 정준호 대표도 신세계 출신이다. 정 대표는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한 이후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 신세계조선호텔 면세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9년 롯데GFR에 대표에 선임됐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를 주문한 바 있다. 또 어떤 인재든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과 인재들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추 조직을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융합된 환경 속에서 연공서열, 성별, 지연·학연과 관계없이 최적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다양성은 우리의 경쟁력이며 도전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