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글로벌 조선 1위' 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충격적인 ‘어닝쇼크’를 경험했다. 매출은 15조4934억원으로 전년대비 4%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이 무려 1조3848억원에 달한 것. 통상임금 소송 판결과 철강업계에서 납품받는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 가격을 선반영한 결과다. 올해 하반기에는 지난해 수주한 일감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중간 지주사라는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어 주가 회복은 부정적인 실정이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206/art_16443694681533_d3cf8d.jpg)
◆‘어닝쇼크’ 통상임금·충당금 결정타=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근로자들과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두고 9년여간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패소했다. 근로자들은 지난 2012년, 사측이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퇴직금 등의 차액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이른바 ‘신의상실’에 어긋났다는 판결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조선해양은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3사의 충당부채를 6872억원 설정했다.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른 강재값 인상도 ‘어닝쇼크’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포스코는 하반기 후판 가격을 톤당 115만원으로 제시했다. 2020년 가격이 톤당 6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두 배 가량 오른 셈이다.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에 15~20% 가량을 차지해 원가 부담이 크게 작용하게 됐다. 이에 사측은 896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선반영한 바 있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출액은 컨센서스를 상회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시장예상치 대비 15배에 이르렀고 당사 추정치마저 크게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통상임금 관련 소송 패소”라며 “이외에도 임금체계 개편에 따른 비용과 조선부문 대손충당금, 보령화력발전소 공사 관련 충당금 등이 4분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 장담했지만...더블카운팅 우려=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수주 목표보다 50% 가량 뛰어넘는 250억달러(약 30조원) 상당의 선박을 수주했다. 인도기준 수주 잔량도 전년 대비 25% 늘어난 503억 달러에 달한다. 선가도 12년 만에 150포인트를 넘겨 저가 수주 늪에서 빠져나와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이들 회사의 실적이 모회사로 연결되는 만큼 한국조선해양에도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산업 특성상 헤비테일 계약으로 선주들과 선박 계약을 체결한다. 건조 금액 가운데 40%만 선지급 받고 남은 금액은 인도 단계서 받는 식이다. 지금 선박을 수주해도 2~3년에 걸쳐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올해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난해 영업손실은 일회성 비용의 영향이 높았던 만큼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흑자 전환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상태다.
![2021년 5월3일~2022년 2월8일까지 한국조선해양 주가 추이 [사진=한국거래소]](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206/art_16443695020007_42fb91.png)
업계에서도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흑자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8일, 8만3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대비 1.22% 증가했지만 52주 신고가를 세웠던 지난해 5월11일(16만500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실적 회복에 따른 주가 상승 모멘텀도 기대하기 힘들다.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더블 카운팅(중복 계산)’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국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현대삼호중공업의 IPO를 올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17년, 국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5년 뒤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IPO가 현실화되면 한국조선해양 입장에선 자회사가 모두 상장돼 기업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모회사의 자회사 상장은 기업의 가치가 중복 계상되는 더블 카운팅이 발생한다. 100만원에 달하던 LG화학 주가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60만원대까지 떨어진 이유다. 한국조선해양도 현대중공업의 코스피 상장 첫날이던 지난해 9월17일, 하루 만에 11% 하락하기도 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IPO로 한국조선해양 주가가 또 다시 붕괴될 수 있는 것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팀장은 한국조선해양의 목표주가를 12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핵심 자산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시장에 상장돼 거래 중이고 또 다른 조선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주가 모멘텀을 누리기 위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이상의 매력이 필요해 보유 현금으로 자체 사업을 전개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