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승현 기자] 크래프톤의 주가가 연일 최저가를 갱신하고 있다. 지난해 58만원 최고가를 찍고, 불과 2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30만원선이 붕괴됐고 26일엔 27만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동안 호재도 있었다.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가 무료화로 전환된 이후, 이용자가 크게 증가했다. 크래프톤 경영진이 직접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도 나섰다. 그럼에도 크래프톤의 주가는 26일 현재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이 하락장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크래프톤의 최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이하 뉴스테이트)'가 기대 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주가를 반등시킬 터닝포인트가 불명확하다. 신작 게임 출시와 블록체인 관련 신사업 진출 등을 예고했지만 다른 경쟁 업체 대비 구체적인 청사진이 부족한 실정이다.
크래프톤의 주가가 26일 현재 27만6500원이다. 전날 30만원 방어선이 붕괴된 뒤 재차 하락세다. 최근 증권 시장에서 게임 주식들의 전반적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중 크래프톤과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의 낙차 폭이 가장 컸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기습매도 논란에 휩싸이며, 주가가 힘을 잃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계열사 악재가 잇따르며, 지난해 최고점 대비 반토막났다.
그에 반해 크래프톤은 별다른 이슈 없이, 오히려 희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크래프톤은 최근 배틀그라운드 무료화 전환 이후, 신규 이용자 수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배틀그라운드의 전성기인 2017년도 출시 시점과 비교해도 신규 이용자 수가 486% 증가했다.
또 배동근 크래프톤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기업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약 2억원 가까운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외에도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NFT와 블록체인 관련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을 예고하며, 인재 영입에 나섰다. 그럼에도 크래프톤의 주가는 반등하지 못한 채, 또다시 최저가를 갱신했다.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의 주가 하락 원인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출시한 크래프톤의 신작 뉴스테이트가 예상외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뉴스테이트는 출시 전, 사전 예약자 수가 55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최근 뉴스테이트는 주요국 구글플레이 인기차트에서 모습을 감췄으며, 매출 순위는 200위권 아래로 내려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약 18% 감소한 1594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에서 40%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11월 출시된 뉴스테이트의 매출이 시장 기대를 크게 하회했다"고 설명하며 4분기 매출 추정치를 기존 55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신년사에서 "2022년에는 그동안 다져온 기반을 보다 더 건실하게 만들고, 비옥한 토양에서 독보적인 크리에이티브와 기술력이 발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도전을 거듭할 것"이라며 "글로벌 게임 회사로서 게임과 콘텐츠 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도록 시야와 생각의 폭을 넓히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크래프톤은 지난해 사업 확장을 위한 기반을 착실하게 다졌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미국 게임 개발사 언노운 월즈를 5858억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겨냥을 위한 개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신흥 시장으로 평가 받는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스타트업에 1000억원 가량을 투자하기도 했다. 또한, 크래프톤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가 직접 NFT, 블록체인, 딥러닝 등과 같은 신기술 연구를 진두지휘하며 관련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개된 정보가 빈약하다. 올해 출시 예정인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지난 2020년 공개된 2분 가량의 시네마틱 트레일러 영상이 전부이며, 플레이 정보는 확인할 수 없다. 지난해 인수한 언노운 월즈에서도 신작을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밝혀지지 않았다. 블록체인 신기술과 관련해서도 현재까지 명확한 청사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반해 다른 경쟁 업체들은 신사업 구축을 위한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메이드는 게임과 가상화폐를 연결한 P2E 게임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컴투스는 메타버스 생태계 확장을 위한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며, 최근 가상 오피스를 공개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신작 '도깨비'의 플레이 영상을 공개하며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올해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긴축 움직임을 보이며 주식 시장 전반에 걸쳐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국내 게임 상장사 전반적으로 지난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점쳐지며 일제히 주가가 하락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크래프톤의 낙차 폭이 눈에 띄는 것은 이를 뒷받침할 지지대가 부족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