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국내 대형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임원 인사에서 영업력과 전문성을 갖춘 은행 부행장을 대거 중용,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등 국내 6대 은행은 총 27명의 부행장을 신규 선임했다. 모두 영업 능력과 IT 등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커지는 금융환경 불확실성 속에서 금융지주들이 이들을 통해 본업의 경쟁력을 높여 위기를 기회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행장 후보군으로 불리는 '부행장'은 은행별 3~9명으로 그 수가 적지 않은데다 행장에 가려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업무 부문과 성과 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은행의 '별'로 꼽히는 부행장은 여·수신과 기획, 기업·투자금융, 디지털금융 등 각 분야를 실질적으로 총괄한다. 특히 은행 경계를 넘어 지주의 핵심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등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인사에서 성채현, 윤진수, 하정, 우상현 국민은행 부행장에게 지주 겸직을 맡겼다. 국민은행 부행장 5명 가운데 김운태 이사부행장을 제외하고 4명 모두 그룹의 해당 사업도 총괄하게 된 셈이다. 개인고객그룹을 맡고 있는 성채현 부행장은 개인고객총괄직을 겸직하며, 윤진수 테크그룹 부행장은 IT총괄(CITO)로 선임됐다. 하정 자본시장그룹 부행장과 우상현 CIB고객그룹 부행장은 각각 지주와 지주·증권사의 자본시장과 CIB(기업투자금융)를 총괄한다.
KB금융의 부행장 관련 인사는 '전문가 등판'이라는 말로 집약된다. 이번에 그룹의 각 사업 부문을 총괄하게 된 부행장들은 모두 해당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업력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주의 테크그룹을 맡은 윤 부행장은 현대카드·캐피탈에서 본부장을 지낸 뒤 국민은행 데이터전략본부 전무를 역임했으며, 하 부행장은 국민은행에서 자본시장 본부장·전무 등을 지냈다. 우 부행장은 국민은행 IB사업본부장·CIB고객그룹 전무 등을 거쳤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영업이 겹치는 부문은 겸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예를 들어 CIB의 경우 지주·은행·증권이 큰 건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각각 진행하는 것보다 (겸직하는 임원 아래) 함께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전문성을 갖춘 부행장들을 신규 선임했다. 이들은 지주 부문장 겸직을 통해 그룹 내 업무 효율성을 꾀한다. 이영종 부행장(신한라이프 부사장) 은행·보험사에서 쌓은 경력으로 지주 퇴직연금사업을 총괄하며, 신한은행 국제업무부조사역·외환사업부장 등을 지낸 서승현 부행장은 그룹의 글로벌사업부문을 맡는다. 두 부문 모두 신한금융이 공을 들이고 있는 매트릭스 사업조직에 해당한다.
'영업통' 중용도 눈에 띤다. 신한은행은 여신그룹장에 기업여신심사와 PRM마케팅 업무를 통해 은행 내 여신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오한섭 본부장을 선임했으며, 개인그룹장에는 개인·SOHO·지점·영업 등 많은 현장 경험을 가진 정용기 본부장을 앉혔다.
하나은행도 CIB 강화 등을 위해 전문성과 영업력을 다진 부행장을 전진에 배치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총 5명의 부행장 승진 인사를 단행한 하나은행은 여신관리·영업 등에서 노하우를 가진 성영수 신임 부행장에게 이달부터 CIB그룹을 맡겼다. 역시 기업·여신 부문에서 경력을 오래 쌓은 전우홍 신임 부행장은 여신그룹을 총괄한다.
지난해 기업여신에 힘을 실은 기업은행은 올해도 기업영업 강화에 집중한다. 이달 기업은행은 상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3명의 부행장을 신규 선임했다. 그중 기업고객그룹을 맡은 임문택 신임 부행장은 인천지역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금융권 처음으로 중기대출 200조원을 달성,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혁신금융그룹을 총괄하는 권용대 부행장은 중소기업금융 여신전문가로 기업은행이 기술금융과 IP금융, 모험자본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공을 쌓았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고 현재 증권과 보험은 업황이 좋지 않아 전 계열사가 모두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지주 내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만큼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부행장들이 은행은 물론 그룹의 주요 사업에 깊숙이 관여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