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신진 기자] 전 세계 가상자산(가상화폐)의 가파른 성장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책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과 과세 적용 문제가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에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규제보다는 발전에 중점을 두면서 정부 기관 설립등 시장 움직임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가상자산 전문 데이터 분석 및 리서치 기업인 메사리는 제도권 권력 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가상자산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고 분석했다. 메사리는 "X세대(60~70년대생)와 밀레니얼 세대의 50%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안전한 노후생활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부채, 물가, 금리 등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가상자산은 구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생태계는 지난 2017년 경부터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출렁이는 코인의 가격 변동을 비롯해 웹(Web)3.0, 디파이, NFT(대체불가토큰), 스테이블코인 등 관련 용어도 쏟아졌다. '웹3'란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기업들이 중간자 역할을 하는 현재(웹2.0)에서, 이러한 기업들이 중간자 역할을 하지 않는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시스템을 말한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는 웹3.0 인터넷 진화의 선두에 있다. '디파이'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금융시장이다. 'NFT'는 일종의 디지털 증명서로 불리며,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돼 가격변동성이 안정된 코인을 말한다.
전통적 금융시장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러한 용어도 생경할 뿐만 아니라 관련 이슈를 따라잡는 것도 벅찬 상황이다. 하지만 가상자산 생태계가 금융시장의 일부를 차지했으며,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NFT 거래규모는 2020년 1분기 2000만달러(약 237억원)에서 작년 3분기 59억달러(약 7조원)로, 1년 반 만에 294배 증가했다. 디파이 예치자산은 2020년 초 6억달러에서 작년 11월 2000억달러로 333배 불어났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도 날로 커지는 실정이다.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는 작년 3분기까지 150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연간 투자규모 대비 380% 증가한 수치다. 가상자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운용자산은 2020년, 직전 해 대비 2배 증가한 38억달러를 기록했다. 또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테마를 표방하는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는 800억달러의 자산규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들의 가상자산 관련 사업이 증가되고,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도 생겨나면서 정책당국의 고민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국내 가상자산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협회장 겸 고려대 정보보고대학원 특임교수는 지난 12일 열린 포럼에서 "금융감독원과 같은 준정부기관을 넘어 금융위원회 수준의 권한을 가진 디지털자산 전담 기관으로서 '디지털자산위원회'가 설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가 담당하고 있다. 김 교수는 가산자산 산업의 규제와 발전에 균형을 맞추고, 네거티브 규제(금지된 행위 이외는 모두 허용하는 것)을 구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아직까지 비트코인이 전통적 자산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가상자산 생태계의 빠른 진화와 제한된 정보접근성은 금융시스템의 잠재 위험으로 자리잡게 될 확률이 크다“면서 ”올해 가상자산의 향방은 투자자는 물론 정책당국에도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