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대한항공이 지난해 역대급 높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운임료가 오르고 물동량도 늘어나면서 화물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했다. 다만,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공정거래위원회 방침에 난항을 예고했다. 주요 노선 운항이 위축될 것으로 보여 잉여 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조정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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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두번째” 대한항공, 실적 高高高=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1조2200억원 규모로 전망했다. 이는 역대 최고였던 2010년(1조235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1조원대 흑자는 지난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호실적 배경은 화물의 영향이 컸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화물기 가동률을 높이고 여객기 좌석을 때어내며 화물을 싣는 등 역발상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화물기를 이용한 대한항공의 2021년 화물 운송량은 2020년보다 25.1% 늘어난 141만8193톤에 달했다. 이는 인천공항의 전체 화물 운송량 가운데 48.3%를 차지하는 규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물류대란과 해운 병목 현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연말 쇼핑시즌에 돌입하면서 긴급하게 운반해야 하는 화물수요가 항공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해운 운임 탓에 화물 운임도 오르는 호재가 발생했다. 글로벌 항공화물 운송지수인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1kg당 12.72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전년 동기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항공유 가격은 부담이지만 운임료가 이보다 높게 책정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초 국제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97.41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하면 63% 증가했다.
◆고민 깊어진 아시나항공 인수=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이번 주 분수령을 맞는다. 대한항공은 21일까지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기업결합 이후 다른 항공사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양사의 슬롯(시간당 공항의 이용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일부 반납하고 해외노선 운수권도 일부 넘겨받아 국내 항공사에 재배분하는 방침을 세웠다.
공정위 방침에 대한항공은 난처한 상황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총 143개의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그런데 통합항공사가 출범하게 되면 32개 노선에서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시장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공정위 방침을 받아들일 경우 잉여 인력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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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한항공 측은 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을 부인해 왔기 때문에 잉여 인력에 대한 고민이 팽배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0년 열린 한미재계회의 행사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구조조정은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지난해 초,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계획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없이 통합항공사 출범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법상 운수권은 국내 항공사에 우선 재배분되기 때문에 공정위 방침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항공사가 출범하게 되면 인천-LA·뉴욕 등의 점유율은 100%다. 문제는 현재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LCC(저비용항공사)의 비행거리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천에서 LA와 뉴욕으로 가기 위한 시간은 10시간 가량으로 비행거리는 약 1만km에 달한다. 반면, LCC의 평균 비행거리는 5~6시간에 불과하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공정위 승인으로 일부 국내 경쟁사들의 수혜가 가능할 것”이면서도 “유럽노선은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A330 기종 도입을 예정하고 있는 일부 업체를 제외할 경우 대부분의 국내 경쟁사들은 진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부진한 여객 업황을 고려할 때 운수권을 배분 받은 경쟁사들이 즉각적인 노선 운항에 나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LCC는 FSC(대형항공사)가 독점하는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기 위해 대형 여객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다음 달 A330-300 항공기 1호기를 시작으로 상반기 안에 3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A330-300 기종은 3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울 수 있으며 최대 10시간까지도 비행이 가능하다. 또 신생 LCC인 에어프레미아는 보잉 787-9를 추가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 다변화를 노리고 있다. FSC에 비해 기종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노선 다변화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어 장거리 여객기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기업결합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준비 중에 있는 상황으로 조만간 공정위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이 아직 대한항공의 관계 회사가 아닌 만큼 조건부 승인에 따른 구조조정 계획 등 관련 내용을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