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올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예년과 다른 4월을 맞이할 전망이다.
은행은 정부의 코로나 금융지원 속에서 그동안 '가리워진' 부실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지원이 올 3월 끝나면서 잠재부실 '폭탄'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중은행들은 작년 3분기까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리스크 덕에 충당금 부담을 덜어 순익이 평균 31.7% 증가,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3월 코로나19 금융지원책인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를 종료한다. 2020년 4월 1일자로 시작한 금융지원이 2년 만에 끝을 맞이하는 셈이다. 여전히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당국은 그동안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종료 시기를 연장한 데다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판단인 만큼 이번엔 추가 연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3월에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차주들은 기존의 원리금에 더해 그동안 상환이 미뤄졌던 원리금까지 함께 갚아야 한다. 여기에 작년 두 차례 기준금리까지 인상돼 변동금리를 적용한 대출의 경우 갚아야 할 이자가 증가하게 된다. 차주의 부담이 늘어 자연스레 연체율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우려를 표했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2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와 같은) 금융지원조치가 정상화되고 대출금리가 오르면 취약부문의 신용위험 증가로 잠재적 리스크는 다소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권의 시선은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에 쏠리고 있다. 금융지원 종료 이후 연체율이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그동안 얼마나 대손충당금이나 경기대용 완충자본을 잘 쌓았는지에 따라 각기 충격 흡수능력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유한 차주의 수와 대출 규모는 코로나 시국 속 대출 확대 실행으로 인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다.
A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이라도 대출금이 많은 기업 차주의 경우 대출이 실행되기까지 생각보다 깐깐한 심사를 거치기에 금융지원 종료 후 연체율 증가에 대한 부담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면서 "다만 차주 가운데 임금근로자보다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좀처럼 매출 등이 잘 호전되지 않고 있어 4월 이후 연체율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대출은 가계대출을 지속적으로 큰 폭으로 상회하며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자영업자는 비자영업자인 임금근로자 등에 비해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과 부진한 소득개선 흐름, 취약한 부채구조 등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시중은행들의 올해 농사는 1분기(1~3월)는 물론 금융지원 종료 이후 쌓은 대비 자본에 따라 작년과는 전연 다른 결과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이 오르면 현재와 같은 금리 상승기 이자이익이 증가한다고 해도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 당기순이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원 종료 후 올 하반기부터 연체율이 본격적으로 오르게 되면 작년 수준의 충당금으로는 위험을 감수하는데 역부족이어서 지난해 거둔 호실적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실제 4대 은행들이 작년 3분기까지 일제히 사상 최대 순익을 거둔 데는 대출 증가로 이자이익이 늘어난 데 더해 충당금 부담이 줄어든 점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통상 은행들은 과거 연체율, 회수율 등을 토대로 예상 가능한 손실률을 추정해 충당금과 추가 자본을 적립한다. 예를 들어 6개월 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3%라면 이에 맞춰 대출채권 대비 충당금을 0.25% 쌓는 식이다.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연체율이 하락하자 충당금을 예년보다 덜 쌓을 수 있었다. 2020년 3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 0.32%를 기록한 국민은행은 작년에는 0.23%를 나타냈으며,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0.4%에서 0.32%로 낮아졌다. 2020년 동일하게 0.34%를 기록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1년 뒤 0.2%대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내려갔다.
은행들이 지난해 발표한 낮은 연체율과 높은 순익이 차주의 상환능력 개선이 아닌, 정부의 지원책에 따른 결과인 만큼 올해는 4대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좀 더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5일 "3월 이전이라도 금융회사들이 충분한 충당금이나 경기대용 완충자본을 쌓도록 해 충격 흡수능력을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금융지원 종료에 앞서 비록 '임박'한 대응책일지라도 건전성 악화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B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충당금 부담이 적고 이자이익이 많았던) '작년과 같은 호시절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면서 "올 3월 금융자원이 종료되면 다시 바싹 긴장의 끈을 매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