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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숫자 전쟁’ 삼성전자 vs TSMC, 파운드리 ‘닥공’

다급해진 TSMC, “GAA 기반의 2나노 반도체 생산 준비”
7·5나노 앞섰던 TSMC, 기술력 부담에 삼성에 3나노 공정 밀려
점유율 격차 크지만...삼성전자, 공정 난이도 올려 TSMC 따라잡기

[FETV=김현호 기자]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가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TSMC 앞서 전 세계 최초로 기술 상용화에 나서면서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다. 정통 팹리스 기업과 함께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자체 ‘칩’ 개발에 나서면서 파운드리 업계의 ‘숫자’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3나노 상용화 안됐는데...TSMC, 2나노 준비=TSMC의 ‘눈’이 2나노로 향했다. 대만 연합보(聯合報)에 따르면 TSMC는 올해 4분기, GAA(Gate-All-Around) 기반의 2나노 공정을 적용하는 반도체 시험 생산팀 출범을 계획했다. 또 웨이저자(魏哲家) TSMC CEO는 신규 공장 부지 마련을 위해 대만 당국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보는 “삼성전자의 GAA 활용으로 TSMC가 2나노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삼성전자가 꺼내든 카드는 GAA 상용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전 세계 최초로 GAA 기반의 3나노 공정을 상용화하기로 했고 2025년에는 GAA 기반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수율(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며 자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시리즈에 3나노를 최초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공정은 회로의 선폭이 좁을수록 성능이 향상된다. 하지만 미세공정의 난이도가 높아지면 전류가 누설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파운드리 기업의 제조 공정은 주로 윗면과 좌·우 3면의 게이트가 둘러싸 누설전류를 막아주는 핀펫(FinFET)이 적용되고 있는데 GAA는 아랫면을 더한 총 4면의 게이트로 구성돼 누설전류를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GAA 기술은 핀펫보다 반도체 소비전력을 50% 줄이고 처리 속도는 30%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TMSC의 3나노 전환은 이전 공정 대비 늦은 상황이다. TMSC는 지난 2018년과 2020년 2분기에 각각 7나노와 5나노를 적용했다. 2년의 시차를 두고 공정 난이도를 끌어올린 것인데 3나노는 올해 하반기에 적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웨이저자 CEO도 지난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3나노가 5나노에 비해 3~4개월 늦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점유율 격차 크지만...반도체 시장 커진다=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53.1%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17.1%에 그쳐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1위의 시스템 반도체 기업을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 스마트폰, 가전 등 다양한 산업을 함께 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사훈으로 오로지 파운드리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와 고객사 확보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술력 우위를 점해 고객사를 늘려 ‘반도체 비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통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기업인 AMD, 퀄컴, 엔비디아 등은 앞다퉈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반도체를 선보이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일수록 파운드리 기업의 기술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가운데 5나노 이하의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TSMC와 삼성뿐이다. 삼성전자가 TSMC에 앞서 GAA 상용화를 앞당기고 공정 난이도를 높이면 고객사 다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또 반도체 생태계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산업에서 쓰임세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도 직접 설계하는 만큼 기술 유출 우려로 팹리스 업체의 일감을 확보하는데 제약이 발생할 수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반도체 설계에 뛰어들고 있어 고객 다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서버용 자체 칩을 만들고 있고 아마존은 데이터센터용 칩, 구글은 모바일용 칩을 개발한 상태다. 또 테슬라, 현대차, 포드, GM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도 자체 칩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 생산 능력이 없어 파운드리에 생산물량을 반드시 맡겨야 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 모델에 최적화시키고 비용도 절감하며 공급부족 이슈도 해결해보기 위해 애플, 테슬라,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저마다 반도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자동차 OEM(주문자위탁생산)도 테슬라처럼 자체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전기차의 차별화를 이뤄내고 반도체 소요량과 비용을 줄이려면 그것만이 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