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삼성전기가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의했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주요 IT 기기를 넘어 첨단산업까지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전망돼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주요 사업인 MLCC(적층세라믹컨텐서) 의존도도 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를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도 기판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대규모 투자자금을 준비하고 생산공장까지 확보하기로 경영 노선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 부품회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각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기는 22일 1조원 가량을 투입해 베트남 생산법인에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생산 설비 및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반도체 패키지기판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으로 투자 금액은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집행된다. 삼성전기는 이번 투자를 통해 반도체의 고성능화 및 시장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네트워크 등 고부가 제품 시장 선점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PCB(인쇄회로기판)는 전자기기의 회로 역할을 하며 기판 위에 전자부품이 서로 연결되고 부품 간 신호를 연결해 주는 부품을 뜻한다.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땅은 기판, 건물들 사이의 도로가 회로인 셈이다.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자동차, 항공기 등에도 사용되며 한정된 공간에서 회로를 더 얇고, 더 미세하게 구현하는 게 기술 개발의 핵심이다.
PCB는 크게 주로 모바일에 사용되는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징(FC-CSP)과 PC용 FC-BGA로 나뉜다. FC-BGA는 반도체 패키지기판 중 제조가 가장 어려운 제품으로 삼성전기는 국내 유일의 생산업체다. 월 생산능력은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의 유니마이크론, 난야 등에 이은 글로벌 6위다.
FC-BGA는 인텔, AMD의 CPU(중앙처리장치)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장치) 등 전기신호를 많이 사용하는 고성능 반도체를 메인보드와 전기적 연결을 도와주는 기판이다. 애플이 공개한 고성능 시스템온칩(SoC) M1도 FC-BGA를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로 IT 제품에 사용됐지만 대형화가 가능해지면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사용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FC-BGA 수요가 매년 1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C-BGA의 공급 부족으로 패키지기판의 장기 호황 기대감이 부각되고 있다”며 “선두권 업체인 삼성전기에 수혜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FC-BGA는 프로세서의 대형화 및 복수 칩 통합 추세에 따라 대면적화되고 있다”며 “생산능력 잠식이 크고 패키지 기술이 진화하면서 제조 난이도가 높아져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와 제품 고도화가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이노텍도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FC-BGA에 약 1조원을 투자하고 LG전자 구미 A3공장을 인수해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 팹은 생산시설은 총 3기의 공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TV 생산라인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 공장 면적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사측은 A3 일부를 빌려 카메라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과 전장부품 및 기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예고된 투자는 FC-CSP와 함께 FC-BGA를 양대축으로 구축해 기판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5G 보급 확대로 FC-CSP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CPU와 GPU 등 비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규모가 압도적인 만큼 FC-BGA를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것이다. LG이노텍은 이미 올해 정기인사를 통해 이광택 상무를 FC-BGA사업담당에 선임하며 담당 조직도 꾸린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