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30대 직장인 K씨는 이달 초 평소 주식거래를 위해 자주 사용하는 증권사 앱을 통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신청했다. 며칠 뒤 이 증권사로부터 감사의 의미로 00쿠폰 1장을 받았다. 같은 날 K씨는 주거래 은행이 아닌 A은행이 보낸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문자에는 'A은행을 통해 마이데이터 신청을 하시면 00쿠폰 2장을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달 시범 서비스를 시작으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면서 은행권이 고객 선점을 위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내 손안의 금융 비서'라 불리는 마이데이터는 고객의 동의를 받고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전 금융사에 흩어진 고객정보를 한데 모아 소비자에게 맞춤형 자산 관리와 금융 컨설팅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본격 시작은 내년 1월이지만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53개사 중 준비가 완료된 17개사는 이달 1일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은 마이데이터 사업자 중 한 곳을 고르면 된다. 은행권에서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등 6개 은행이 시범 사업자다.
이에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은행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마이데이터 신청 '이벤트'라는 이름으로 고객에 제공하는 경품의 가이드라인을 이례적으로 전달했을 정도다. 금융권에서는 대형 은행들이 이처럼 한 사업을 두고 서로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이번 시범 시행을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 외에 금융 습관 '목표챌린지', 쉬운 신용관리 '금융플러스', 집단지성 활용 '머니크루', 자산관리 시뮬레이션 '이프유' 등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아예 브랜드를 만들었다. '머니버스(Moneyverse)'를 출시, 돈을 '아끼고 모으고 불리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투자 경험 등을 통한 자산 형성 과정을 돕는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은 그룹차원에서 만든 브랜드 '하나 합'을 통해 고객 몰이에 나섰으며, 우리은행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기능적합성 심사'를 사업자 중 최초로 통과한 점을 강조했다.
은행들이 마이데이터 고객 몰이에 나선 이유는 이들 고객이 미래 먹거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들은 디지털을 넘어 '데이터' 전쟁을 벌이고 있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 도출한 뒤 고객에 유의미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고객이 자신들이 추천한 금융상품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은행들이 이 사업을 새 먹거리로 낙점한 데는 '생활 금융 플랫폼'이라는 금융그룹의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소비자는 한 번 금융사를 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 성향이 있는데, 은행은 소비자의 금융 데이터에 이전보다 쉽게 접근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에 마이데이터 고객을 초기에 선점하기 위해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형 금융지주들이 '쉬운 금융', '생활 플랫폼' 등을 기치로 내걸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제공하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 "진짜 돈이 되는 것은 '데이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진정한 마이데이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서비스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은행들이 현재까지 내놓은 서비스는 고객의 은행·주식계좌, 카드 결제내역, 보험 보장 내역, 대출 금리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보험권에서 최근 공공 의료 데이터 이용 최종 승인을 받은 삼성·한화·교보·KB생명, 현대해상 등 5개 보험사들이 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나 유병력자 데이터를 분석, 다양한 질환을 보장하는 신상품을 적극 개발할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덩치가 크고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권보다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은행 특성상 눈에 띄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선보인 서비스가 시범 단계이고 사업 초기인 만큼 은행들이 향후 차별화 전략을 두고 적지 않은 고심을 하고 있을 것"이라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