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전자


[클로즈업] '파운드리사업' 지휘봉 잡은 삼성전자 경계현 사장

경계현 대표, 삼성 반도체 이끄는 수장…비메모리 경험은 없어
이재용 비전까지 8년 남아...파운드리 1위 TSMC와 격차는 커져
삼성, 고객사 확대·초격차 시동…“현업에 있어야만 하는 건 아냐”

[FETV=김현호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인사를 통해 40년간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왔던 김기남 부회장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를 반도체(DS)부문 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전면에 내세웠다. 

 

김기남 회장이 메모리 반도체를 앞세워 삼성전자를 글로벌 1등 기업으로 키워냈다면 경 사장은 비메모리를 성장시켜야 하는 숙제를 넘겨 받았다. 메모리 전문가인 경 사장이 비메모리의 대표격인 파운드리(위탁생산)로 이재용 부회장의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경계현 대표, 비메모리 첫 도전=경계현 DS부문 사장은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0년 동안 삼성전자에 재직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그는 2020년 삼성전기 대표로 이직하기 직전까지 삼성전자에서 D램과 플래시 설계팀 및 개발실에서 재직해왔다. 현재 최첨단 기술로 활용되고 있는 3차원 V낸드 메모리는 경 사장이 개발하는데 일조해온 기술로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 2014년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기술상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계현 사장이 삼성전기 대표 시절 MLCC(적층세라믹콘텐서)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DS부문장으로 반도체 사업의 기술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며 승진 이유를 설명했다. DS부문장은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총괄하는 ‘지휘관’인데 경 사장은 줄곧 메모리 사업에만 몸을 담아왔다. 삼성 반도체의 미래로 평가되는 파운드리 산업을 처음으로 이끌게 되는 셈이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뉜다. D램과 낸드 플래시가 생산되는 메모리 산업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메모리는 크게 팹리스와 파운드리로 양분된다. 반도체 설계 기업인 팹리스는 제조 능력이 없어 생산공장을 보유 하고 있는 파운드리에 일감을 맡긴다.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으로는 엔비디아, 퀄컴 등이 있으며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1, 2위 기업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파운드리를 앞세워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는 여전히 TSMC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TSMC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2% 가량 증가한 148억8400만달러(약 17조5200억원), 삼성전자는 48억1000만 달러를 기록해 같은 기간 11% 늘었다. 하지만 TSMC의 점유율은 52.9%에서 53.1%로 오른 반면, 삼성전자는 0.2% 감소한 17.1%에 그쳤다.

 

트렌드포스는 “TSMC는 새로운 아이폰 모델 출시 효과로 1위를 굳건히 지켰다”며 “7나노(1nm=10억분의 1m)및 5나노 노드의 합산 수익 점유율은 50%를 초과했고 스마트폰 칩과 HPC(고성능 컴퓨팅) 칩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갤럭시Z3 시리즈 출시와 정전사태가 발생했던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의 수익성 회복 등 여러 호재가 발생했지만 TSMC와의 점유율을 좁히는데 역부족이었다.

 

 

◆고객사 확대 총력, 기술력 격차는 좁히기로=‘타도’ TSMC를 외치는 삼성전자는 과감한 투자와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2030년까지 비메모리에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을 투입해 제2 파운드리 생산공장을 짓기도 했다. 최첨단 공정이 적용되는 테일러시 공장은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달 5년 만에 미국 출장길에 오르며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등과 만나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반도체 자립’을 선언해 삼성전자의 잠재적 고객사가 될 수 있다. MS는 서버용 자체 칩을 개발 중에 있고 아마존은 데이터센터용 칩, 구글은 모바일용 칩을 개발한 상태다. 이들 기업은 반도체 생산 능력이 없어 파운드리에 생산물량을 반드시 맡겨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의 고객사는 퀄컴, IBM, 엔비디아 등이다.

 

TSMC는 애플 우선 정책을 펴고 있어 삼성전자가 고객사를 넓히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팹리스 기업이 TSMC에 일감을 맡기더라도 애플 우대로 반도체를 인도받는 시점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5나노 이하 공정을 적용하는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등 2곳 뿐이다. 이들은 기술력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 반도체는 회로가 미세할수록 전력과 성능이 향상되며 나노 단위가 낮을 수록 고성능 제품으로 분류된다.

 

삼성전자는 TSMC를 앞서는 기술력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반도체 미세공정을 주도하는 기술은 핀펫(FinFET) 방식이지만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3나노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양산하면 TSMC를 앞서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사측에 따르면 GAA는 핀펫 기반의 5나노 공정 대비 성능은 30% 향상되고 전력소모는 50%, 칩 면적은 35% 감소한다.

 

당초 삼성전자의 GAA 기반 3나노 양산은 시점은 내년 하반기였지만 TSMC와의 기술력 격차를 벌리기 위해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수율(생산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 확보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여 엔지니어 출신의 경 대표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업에 있어야만 관련 산업을 이끌 수 있는건 아니”라며 “경 사장은 개발실장도 역임해 반도체의 본질을 알고 있고 기업의 뱡향성을 제시하고 직원들을 지원할 수 있다면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