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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중공업


‘드릴십’ 숨통 트이나 했더니...오미크론에 K-조선 떤다

삼성重·대우조선, 악성 재고로 전락한 드릴십 잇따라 매각
유가 올라야 매각 편해지는데...오미크론 공포에 국제 유가 급락
드릴십으로 영업손실 발생...“원유 수요 결과에 여파 알 수 있을 것”

[FETV=김현호 기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드릴십을 속속 매각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선사의 수지타산 마지노선으로 평가되는 60달러를 넘기며 악성 재고를 털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조선사의 고민이 깊어졌다. 드립십 문제를 해소해야 수익성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지만 오미크론이 국제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드릴십 팔리고 있는데...‘오미크론’에 국제 유가 ↓=국내 조선사들이 드릴십을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전날 삼성중공업은 유럽지역 시추 선사와 드릴십 1척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고 대우조선해양도 최근 터키 시추사인 터키페트롤리엄 코발트 익스플로어에 1척을 팔았다. 국제 유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드릴십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양사의 발목을 잡고 있던 드릴십이 매각되면서 수익성 회복이 기대됐지만 코로나 쇼크가 재발했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최초 발병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다. 유전자 변이는 32개로 델타(16개)보다 2배 많고 감염력은 500% 높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주요 확산국으로 지목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달 29일 2273명을 기록했다. 이는 200명대를 나타냈던 2주 전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현지에서는 신규 확진자 가운데 90%가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델타와 함께 ‘우려 변이’로 지목한 오미크론은 국제 유가를 자극했다. 지난달 26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8.15달러로 전날 대비 13.06%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자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난해 4월20일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70달러를 밑돈 건 올해 9월 이후 처음이다. 또 북해 노르웨이에서 산출되는 원유 브랜드인 브렌트유도 같은 날, 11.6% 폭락한 72.72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8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국제 유가가 오미크론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드릴십 시추 비용은 배럴당 60달러 선을 유지해야 선사의 수익이 보장된다. 아직 국제 유가는 6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미크론 확산세에 따라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10월26일, WTI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도 드릴십 발주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오미크론 여파에 드릴십 시황 회복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드릴십은 신규 해양유전의 개발이 활발할 때 발주가 증가하는데 문제는 해양유전 개발에는 대규모 자본과 시간이 투입된다”며 “유가 변동성이 높을수록 유전 개발을 통한 예상 수익 추정 가시성이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악성 재고’ 드릴십, 빠르게 매각될까=드릴십은 수심이 깊은 곳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작업을 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설비로 한 척당 건조 비용이 5억달러(약 6000억원)에 달한다.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되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가격이 2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나들던 2010년대에 발주량이 크게 늘어난 바 있는데 당시 조선업계는 드릴십을 두고 ‘드림십’(Dream Ship)이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2014년 국제 유가가 40달러 선으로 추락하면서 드릴십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건조 이후 인도까지 해야 했지만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자 시추사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계약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미국 시추사인 퍼시픽드릴링(PDC)는 건조 지연을 이유로 삼성중공업과 법정 소송까지 진행하며 계약금 지급을 미뤘다. 드릴십은 유지비용으로 연간 100억원이 필요하고 장부가치도 떨어져 삼성중공업의 영업손실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

 

이번 매각으로 양사의 드릴십 자산은 각각 4척으로 줄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6월 이탈리아 사이펨사와 1척의 용선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당시 매입 옵션이 포함돼 있어 완전 매각도 가능하다. 악성 재고로 남아있는 드릴십을 빠르게 털어내야 조선사들의 수익성이 회복될 수 있지만 오미크론으로 유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여 조속한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드릴십 매각은 미국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선박 물동량 증가, 컨테이너선 발주 확대 등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당초 계획했던 유전개발이 다시 재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 여파는 원유 수요 예측에 따른 기관들의 결과 등이 나와야 그 여파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