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신진 기자]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국내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이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미미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고객 서비스를 넓혀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빗은 최근 SK스퀘어로부터 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에 최대주주인 NXC에 이어 SK스퀘어는 코빗의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SK스퀘어는 올해 8월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분할된 신설투자회사로 반도체·ICT(정보통신기술) 관련 투자회사다.
코빗은 2013년 7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가상자산 거래소다. 국내에 원화마켓(원화로 코인을 매매) 가상자산 사업자로 등록된 4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중에서도 가장 먼저 설립됐다. 코빗은 일찍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 수리도 마쳤다. 첫 번째로 신고 수리된 업비트에 이어 지난 9월 코빗은 두 번째로 신고 수리를 완료했다.
현재 2년째 코빗을 이끌고 있는 오세진 대표는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은 금융 전문가다. 오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을 전공한 뒤 2012년부터 바클레이즈(Barclays) 서울 지점에서 일했다. 이듬해부터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BAML) 서울 지점에서 근무했으며, 2019년부터 코빗 CSO(최고전략책임자)로 합류했다. 이후 작년 1월 코빗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오 대표는 신임대표로 선임된 뒤 “2020년은 가상자산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만큼 시장에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코빗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오 대표의 말처럼 실제로 작년부터 가상자산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작년부터 비트코인의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의 ‘도지코인’ 언급으로 이른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 호황과 함께 가상자산 시장은 2030세대들의 주요 투자처로 떠올랐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업비트의 경우 최근 1년간 회원 수가 약 3배 가량 증가할 만큼 가상자산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이러한 가상자산 시장 훈풍 속에서도 코빗은 보수적인 운용 기조를 이어갔다. 코빗은 자체적으로 국제기준에 맞춰 코인상장을 진행하고 있다. 상장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만 하는 절차를 둔 것이다. 이 때문에 코빗은 타 거래소들에 비해 상장된 코인수가 현저히 적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10월 기준 업비트에 상장된 코인수는 150여 개다. 빗썸과 코인원에 상장된 코인 수도 100개를 넘었다. 이에 반해 코빗은 66개에 그쳤다. 이마저도 1년 전 상장된 코인은 26개에 불과했다.
코빗 관계자는 “15개정도 업체에서 코빗으로 먼저 상장문의 연락이 오면 그 중 엄격한 심사를 거쳐 하나 정도가 채택될 정도로 코인상장 업무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거래소 운영은 외부로부터도 인정받았다. 글로벌 기업평가기관인 와이스레이팅스는 "코빗은 한국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상장 기준이 가장 보수적"이라 평가했다. 와이스레이팅스는 작년 7월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가상자산 등급을 평가한 결과, 코빗 가상자산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코빗의 사업성과 기술력이 양호해 투자 안정성을 인정받은 가상자산이 전체 상장 종목 중 58%에 달해 4대 거래소 중 가장 높았다.
코빗은 SK스퀘어의 투자를 발판삼아 가상자산 서비스 확대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두 회사는 메타버스·NFT(대체불가능토큰) 등 신규 서비스 사업에서 나설 계획이다. 코빗은 향후 SK스퀘어가 보유한 다양한 미디어·콘텐츠 자회사들과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하고, 이 채널을 통한 신규고객 확대에 힘쓸 예정이다. 또한 코빗의 가상자산거래소 사업 규모 확대를 위해 SK가 보유하고 있는 전화번호 기반 통합로그인 서비스, DID 기반 간편 인증 서비스 등을 도입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언제든 간편하게 코빗을 이용할 수 있는 사용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코빗 관계자는 “그간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보수적인 운영에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바탕으로 시장 신뢰를 구축하면서 서비스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