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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 “죽어야 산다”...‘사즉생’ 각오로 순혈주의 깬 롯데 신동빈

신동빈 회장, 지속되는 부진에 올해 초 ‘실행력’ 강조
외부인사 영입…변화와 혁신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
BU 대신 마련한 HQ, 유통명가 되찾아 줄 시발점 기대

 

[FETV=김수식 기자] ‘유통명가’로 불리던 롯데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국 신동빈 롯데 회장이 칼을 빼들었다. 무엇보다, 순혈주위 롯데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외부 인사를 영입한 점이 눈에 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초부터 ‘실행력’을 강조했다. 신년사를 통해 “강력한 실행력으로 5년 후, 10년 후에도 일하고 싶은 회사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지금껏 간과했던 위험 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자”며 “실행력을 바탕으로 각 회사마다 가진 장점과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하자”고 피력했다.

 

신 회장은 상반기 열린 시장단회의서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며 “투자가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전략에 맞는 실행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이 강조해온 실행력은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결과물로 드러났다. 지난 24일, 신 회장은 5여 년간 유지하던 비즈니스 유닛(Business Unit, BU) 체제를 헤드쿼터(HeadQuarter, HQ) 체제로 탈바꿈했다. HQ는 실행력이 강화된 조직이다. 출자구조 및 업의 공통성 등을 고려해 6개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했다. 이 중 주요 사업군인 식품, 쇼핑, 호텔, 화학 사업군은 HQ 조직을 갖추고, 1인 총괄 대표 주도로 면밀한 경영관리를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BU 체제가 HQ 체제로 바뀌면서 BU장들의 퇴진이 잇따랐다. 그 자리를 ‘롯데맨’이 아닌 외부인사로 채우면서 롯데의 관행으로 여겨지던 순혈주의를 깼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이번 인사 방향에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를 주문했다. 어떤 인재든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과 인재들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조직을 강조했다.

 

유통군이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유통BU 수장 강희태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이 총괄대표로 선임됐다. 롯데쇼핑 핵심인 롯데백화점은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맡는다. 정 대표는 신세계 출신으로 롯데쇼핑이 2018년 패션 사업 강화를 위해 롯데GFR을 분사하며 영입한 인물이다

 

호텔군도 외부 인사가 이끈다. 호텔BU를 이끌던 이봉철 사장 대신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가 맡는다. 안 총괄대표는 호텔롯데 숙원사업인 IPO(기업공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 회장이 이 같은 파격 행보를 하게 된 이유는 업계 1위를 자부하던 유통사업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 2016년 9400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2017년에는 5000억원대로 감소했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9.1% 줄어든 3461억원에 그쳤다.

 

올해 3분기 실적도 좋지 않았다. 연결 기준 매출 4조66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73.9% 줄었다. 누적 매출은 11조7892억원으로 3.6%, 영업이익도 983억원으로 40.3% 줄었다. 부문별로는 백화점과 홈쇼핑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부에서 매출이 줄었다.

 

특히,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3조원가량 투자해 내놓은 ‘롯데온’ 부진이 뼈아프다. 올해 3분기 매출은 240억원으로 14.0% 줄었고 영업적자도 46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280억원 적자보다 확대됐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8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5.3% 줄었고, 적자 규모도 1070억원에 달한다.

 

롯데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겠다는 각오다. HQ 체제로 더욱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짐으로써 조직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계열사 책임경영 및 컴플라이언스가 강화됨에 따라 그룹의 ESG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순혈주의를 깨고 영입한 외부 인사들에 거는 기대도 크다. 롯데는 그들이 유통사업에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신 회장은 지난 2011년 2월 롯데그룹 회장을 취임했다. 다사다난했던 10여 년이 흘렀다. 파격적으로 단행한 이번 임원인사가 ‘유통명가’ 명성을 되찾는데 시발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