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 사이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메리츠증권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 등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대부분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양호한 성적표를 기록한 만큼 연임을 통한 안정을 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연루된 대표들의 경우 아직 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점이 변수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 증권사들에 눈길이 모인다. 지난해 증권사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가 지난 시점 누적 영업이익 1조2506억원을 기록했다. 각자대표 체제였지만 최근 김재식 사장이 미래에셋생명 관리총괄로 내정됐다. 따라서 연임에 성공할 경우 최현만 수석부회장의 단독대표 체제에 무게가 실린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창업 멤버이기도 한 최 부회장은 2016년 이후부터 쭉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의 정일문 사장도 대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63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21.1% 성장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사태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한 시장상황 하에서도 다변화된 수익구조와 사업부문간 시너지 창출,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의 결과다. 특히 투자금융(IB)부문이 크게 발전해 기업공개(IPO)·유상증자·회사채 발행 등 주식 및 채권시장 전반에서 우수한 성과를 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도 연임이 유력하다. 지난 2010년부터 12년 동안 회사를 이끌며 업계 최장수 CEO 반열에 오른 최 부회장은 올해도 꾸준히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1% 증가한 7647억원을 기록,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6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달성했다. 그룹 내부에서도 꾸준한 실적으로 신임이 두터워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전임 대표들이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됐던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새 대표가 소방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가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3분기 연결 기준 전년 대비 두배 가까이 상승한 3675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고객 보상을 진행하며 이번 분기만 829억원을 지출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실적이다. 특히 이 사장 부임 이후 IB 부문에서 큰 발전을 이룬 것은 연임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 역시 올해 역대급 실적으로 연임이 유력하다. 대신증권의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81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6.6%나 올랐다. 남은 4분기 실적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수도 있다.
다만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 대표들의 연임 여부는 유동적이다. NH투자증권은 올 3분기 만에 1조601억원을 거두며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들었지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해 불거진 옵티머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다. 단 중징계가 예정됐던 정 사장은 아직 금융위원회 심의·의결 절차가 남아 경징계로 경감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다. 지난 5월엔 옵티머스펀드 일반 투자자들에게 원금 100%를 지급하는 배상안을 결정하기도 했다.
KB증권의 각자대표 박정림·김성현 사장도 금융당국 제재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라임사태 관련 내부통제를 소홀히 한 책임으로 박 사장에게 중징계를, 김 사장은 호주 부동산펀드 관련 사건으로 경징계를 통보했다. 현재 두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는 금융위원회 심의·의결만 남겨놓은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두 대표의 연임이 이뤄졌다. 그 결과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5.05% 성장한 7295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달성한 점은 연임에 긍정적이다. 그룹 내에서는 대표들의 신임이 여전히 두텁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CEO 인사는 실적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올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거두는 등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실적 외에 그룹 내 신임, 비전 방향성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기 때문에 섣불리 연임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