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7 (금)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재계


[워치+] LS 구자은號 출범, ‘디지털 전환’ 속도 높인다

사촌간 경영권 승계 원칙…LS엠트론 구자은, 이달 총수 취임
'애자일' 방식 추구하는 구자은, 계열사에 '디지털' DNA 심는다
LS家, '오너 2세 체제' 마무리…구자은 회장, 3세 경영 가교 역할도

[FETV=김현호 기자] 10년 주기로 사촌간 경영권을 승계하는 전통을 지닌 LS 그룹은 이르면 이달부터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체제로 전환된다. 1964년생인 구자은 회장은 구자열 LS그룹 회장보다 11살 어리다. 그는 LS그룹을 대표해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외교사절단으로 참석하는 등 일찍부터 차기 회장으로 낙점받은 인물이다. 그룹의 미래 10년을 책임지게 된 그는 계열사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중점으로 사업전략을 꾸릴 것으로 전망된다.

 

 

◆’숨은 존재감‘ LS는 어떤 기업?=범(凡) LG 계열인 LS는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등 3형제가 큰형인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로부터 독립해 2003년 세운 기업이다. 구자은 회장은 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이다. 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과 구자열 회장은 각각 2003년과 2012년 LS그룹의 수장으로 선임됐다. 구자열 회장은 올해부터 15년 만에 기업인 수장을 배출한 한국무역협회를 이끌고 있어 앞으로 무역협회 업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LS그룹은 재계 서열 16위로 자산 총액은 지난해 보다 약 2조원 증가한 25조2430억원을 기록했다. 58개 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데 이는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그릅(53개)보다 많다. 주요 회사로는 전선과 산업기계 사업 등을 보유한 지주회사 ㈜LS를 필두로 도시가스 사업을 담당하는 예스코, LPG 전문기업인 E1 등으로 나뉜다. 구자은 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LS의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20개의 연결기업을 두고 있는 LS는 올해 3분기 매출 9조5755억원, 영업이익은 47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4%, 55.5% 증가한 것으로 크게 전선과 일렉트릭(ELECTRIC), 엠트론, 아이앤디(I&D)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핵심부문은 LS전선과 LS일렉트릭으로 두 회사는 각각 전선케이블과 전력기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완제품 내부에 필요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LS는 구자열 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32.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오너는 구자은 회장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 회장은 2018년 9월14일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에는 6번에 걸쳐 총 3만1800주를 사들이는 등 현재 3.63%(보통주 116만8600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구자열 회장의 지분(1.87%)보다 두 배 가량 높으며 지분 가치는 지난 19일 종가(5만5400원)를 고려하면 약 647억원에 달한다.

 

◆LS 구자은號, 디지털 전환 속도=구자은 회장은 LS그룹의 향후 10년을 위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는 지난 2018년부터 LS 미래혁신단 단장을 맡으며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LS 애자일(agile) 데모데이' 행사를 주최하며 각 계열사에 애자일 경영방식의 DNA를 주입하고 있다. 애자일은 ’날렵하고 민첩하다‘는 뜻으로 구 회장은 각 조직간 경계를 허물어 업무 능률과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 노선을 꾸리고 있다.

 

구자은 회장은 2015년부터 대형 농기계 산업 기기를 개발하는 LS엠트론을 이끌며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농촌의 일손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율작업 트랙터인 ‘스마트랙’과 사물인터넷(IoT)과 차량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적용한 ‘아이트랙터’가 대표적이다. 스마트랙 이용자는 자동으로 운행을 제어할 수 있고 수확량은 늘리는 대신 경작 시간은 줄일 수 있다. 또 아이트랙터는 기기가 고장 나거나 교체 등이 필요할 때 사용자에 원격으로 서비스를 지원한다.

 

올해에는 LS전선이 구 회장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원픽(One Pick)’으로 온라인 B2B 케이블 판매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제품 주문·처리 등의 과정이 전화와 팩스, 이메일 등을 통해 이뤄져 시간이 많이 소모됐지만 이를 온라인으로 처리해 재고 파악과 견적 요청, 구매, 출하 확인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LS전선에 따르면 원픽 시스템은 재고 확인을 1분으로 단축시켰고 출하 상황도 파악이 용이해졌다.

 

LS 관계자는 “이사회를 통해 회장 선임이 결정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이사회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라며 “내부적으로는 이번 주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룹은 전문경영인과 공동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구자은 회장이 대표이사로 오를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구 회장은 미래 혁신단장을 겸임하고 있어 앞으로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리스크’ 부담 구자은 회장, ‘3세 경영’ 가교(架橋) 역할도=구자은 회장은 그룹 총수로써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지만 ‘재판 리스크’는 부담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구자홍 회장과 함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올해 8월 첫 번째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 싸움에 돌입했다. 검찰은 이들이 전선 계열사의 주거래 품목인 전기동 거래에 LS글로벌을 끼워 넣어 통행세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니꼬동제련과 LS전선이 국내외 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LS글로벌을 끼워 넣고 이 회사의 성장을 도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니꼬동제련은 2006년 1월부터 약 14년 동안 LS글로벌에 233만톤(t)의 전기동 일감을 할인된 가격으로 몰아줘 16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기도록 도와준 것으로 조사됐다. LS글로벌이 거래한 전기동은 국내 시장 물량의 40%에 해당한다. LS글로벌은 총수일가 12명이 49%의 지분으로 지배하고 있는 회사다.

 

'태·평·두' 3형제 아들이 모두 그룹의 수장 역할을 맡게 되면서 LS그룹은 구자은 회장을 끝으로 오너 2세 체제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2030년대부터 오너 3세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 회장은 ‘3세 경영’의 가교 역할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3세 경영의 시작은 순서상 故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자인 구본웅 포메이션 대표가 거론되지만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 재계에선 故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손인 구동휘 E1 전무가 유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