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올해 들어 국내 은행들이 거둔 이자이익(이자 수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금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 수익구조가 3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최근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었다고는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은행들이 이자이익 쏠림 현상을 해결하고자 수익 다변화에 힘써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국내 19개 은행의 이자이익은 1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보다 3000억원, 1년 전보다 1조3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분기 기준 최고 기록이다. 국내 은행들이 3개월 만에 11조5000억원이 넘는 이자를 벌어들인 것은 은행 실적 집계 이래 사상 처음이다.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단연 '대출 급증'이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대출자산 증가가 이자이익이 늘어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19개 은행의 3분기 가계대출 총액은 2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2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 7월 중 총 가계대출액은 9조7000억원으로 1년 전(7조6000억원)보다 약 2조원, 2년 전(5조8000억원)보다 약 4조원 급증했다.
![국내 은행 이자이익 비중 추이(단위: %). [자료 금융감독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11146/art_16371121233552_e44b60.png)
주목할 점은 이자이익 비중이다. 국내 은행들이 3분기 이자로 거둬들인 금액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더한 총이익(12조8000억원) 가운데 90.6%를 차지했다. 직전 분기(81.9%)보다 8.7%포인트(p) 오른 것으로 올 들어 최고 수준이다. 기간을 넓혀도 '역대급'이다. 은행들은 2018년 4분기(10~12월) 이자이익 비중 92.2%를 기록한 이래 줄곧 85% 안팎을 횡보해왔다. 그러나 다시 90%대로 회귀, 이자이익 편중 현상이 심화됐다.
주요 시중은행은 이자이익 비중이 더 높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3분기 이자이익은 6조6821억원으로 총이익(7조3055억원) 가운데 91.5%를 차지했다. 국내 19개 은행보다 0.9%p 높은 수치다. 직전 분기인 2분기 88.7%보다는 2.8%p 높아졌다. 3개월 동안 이들 4곳의 이자이익이 6조4608억원에서 6조6821억원으로 3.4%(2213억원) 늘어난 결과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8221억원에서 6234억원으로 24.2%(1987억원) 줄어들었다.
이에 국내 은행들이 3년간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 내 투자)로 대변되는 사회현상에 따라 은행권 이자이익이 증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이들의 이자이익 의존도가 심각하다.
이는 수치에서도 바로 드러난다. 작년 3분기 국내 19개 은행의 가계대출 총액은 29조1000억원이었다. 올 3분기보다 6조7000억원 많지만 이자이익 비중은 86%로 4.6%p 적다. 당시만 해도 상대적으로 비이자이익 비중이 작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후로도 80%대 초반까지 이자이익 비중이 하락하며 비이자이익이 안정세에 접어든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3분기 대출 급증으로 금세 이자이익이 비중이 늘며 단숨에 90%를 돌파했다. 이는 국내 은행들이 '이자'에 휘둘리기 쉽고 '비이자'에는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시작하기 이전인 7월에는 '영끌'로, 이후인 8월 중순부터는 높아진 대출금리로 은행이 돈을 많이 벌었다"면서 "이러한 외부적 요인이 이자이익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외부적인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해도 각각 수십년의 업력을 가진 은행들이 100원 중에서 90원을 이자로만 벌었다는 것은 수익구조 다변화에 있어 '게으름'을 부린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이자이익에 편중된 은행 수익구조는 올바른 상황이라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은행들이 소비자에게 이득을 주는 건전한 금융상품 등을 바탕으로 한 비이자이익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자이익 비중이 3년 만에 다시 90%대까지 치솟자 이처럼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활성과 안정을 위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수료(-3000억원), 외환·파생(-5000억원), 유가증권(-1000억원) 등 대부분의 비이자이익이 감소해 근원적인 관점에서 수익구조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이자이익 가운데 환율과 증시의 영향을 받는 외환파생관련이익과 유가증권관련이익은 차치하고서라도 전자금융·투자금융·리스업무·자산관리 등의 수수료이익과 신탁관련이익은 제고를 위해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은행 이자이익은 사실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며 "당국도 내년 이후까지 대출 규제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이자이익이 지금처럼 늘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비이자이익이 약한 부분인 것은 맞기에 이를 올리기 위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다만 금융지주와 은행이 워낙 큰 조직이라 한순간에 바뀌긴 어려워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