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실적에도 자본건전성은 국내 대형 금융지주 가운데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낮은 건전성은 인수합병(M&A) 등 미래전략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한다는 점에서 농협금융이 건전성 제고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올 9월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은 15.56%를 기록했다. 내부등급법 적용을 받는 KB·신한·하나·농협 등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4곳 중 BIS비율이 15%대를 기록한 곳은 농협금융이 유일하다. 'BIS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자본적정성 지표로 대출업체 등 거래기업의 도산으로 부실채권이 갑자기 늘어나 금융사가 경영위험에 빠지게 될 경우 이를 얼마나 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금융회사의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최근 금융당국은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이 지표를 점검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기본자본비율(Tier1)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농협금융의 올 9월 말 보통주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은 12.75%, 14.23%로 4대 금융의 평균에 한참 못미친다. 이들 4곳의 평균은 각각 13.53%, 14.96%이다.
개선세도 더디다. 농협금융의 BIS비율의 경우 전년 말(15.18%)보다 0.38%포인트(p) 올랐다. 다른 3곳의 올 3분기 평균 개선세는 농협금융보다 0.96%p 높은 1.34%p 이다. 보통주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도 마찬가지다. 농협금융은 올 9월 말 각각 0.2%p, 0.54%p 올랐으나 다른 금융지주 3곳은 평균 1.04%p, 1.37%p 상승했다.
이 같은 결과는 농협금융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뒤 나온 결과라 더욱 아쉽다는 평가다. 건전성 지표 산출의 기초가 되는 자기자본은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생긴 순익인 이익잉여금이 많을수록 늘어난다. 당기순이익은 이익잉여금을 이루는 핵심 항목이다. 농협금융은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조8247억원을 기록, 이미 전년 전체 순익을 초과 달성했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전 순익은 2조583억원으로 우리금융(2조1980억원)과의 차이가 1400억원을 넘지 않는다.
높은 순익에도 불구하고 농협금융의 건전성 지표가 최하위를 기록한 데는 상대적으로 낮은 순익 성장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의 올 3분기 누적 순익은 1년 전(1조4608억원)보다 24.9(3640억원) 늘어나 KB금융(31.1%), 하나금융(27.4%) 보다 낮다.
여기에 여신 성장으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난 점도 건전성 제고에 한계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 9월 말 농협금융의 차입부채는 35조6942억원으로 1년 전(34조5280억원)보다 3.4%(1조1662억원) 증가했다. 농협금융과 순익 성장률이 비슷한 하나금융의 차입부채가 같은 기간 28조1429억원에서 27조6628억원으로 1.7%(4801억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낮은 건전성은 위기상황 대처 능력에도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향후 M&A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농협금융은 낮은 자본비율로 인해 M&A를 이미 한 차례 포기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8년 부동산금융과 리츠운용 확대 필요성을 느껴 부동산신탁업 진출을 모색할 당시 자본여력이 부족해 부동산신탁사 인수를 포기하고 NH농협리츠운용을 설립했다. 이에 농협금융이 M&A를 활용한 수익 다변화와 신사업 진출 등을 위해서라도 건전성 제고 행보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4분기에 시장변동성 확대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잠재적 부실자산에 대한 리스크관리 강화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질적 성장을 통해 핵심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각종 경영체질 개선 등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