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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열풍'에 신탁 자회사 호실적...금융지주는 표정관리

4대금융 자회사 모두 '역대급' 실적...수익성 지표도 '최상위권'
비은행 계열사 중 '존재감' 커져..."당분간 호실적 계속될 것"

 

[FETV=권지현 기자]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로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몰린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가 반사 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후 급증한 부동산 투자·매매 수요로 부동산신탁 자회사 실적이 껑충 뛰었다.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부동산신탁사들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부동산신탁 자회사들은 올해 3분기 2250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1789억원)보다 25.8%(461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3분기 기준 이들 부동산신탁 자회사들의 합산 순익이 2000억원을 넘어선 것을 올해가 처음이다.

 

금융지주별로는 신한금융의 부동산신탁사인 아시아신탁이 가장 많이 성장했다. 아시아신탁의 올 3분기 순익은 519억원으로 1년 전(304억원)보다 70.7%(215억원) 급증했다. 2년 전인 2019년 3분기 순익이 125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2년 만에 순익이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KB부동산신탁은 누적 순익 71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555억원)보다 28.3%(157억원) 증가했다. 우리자산신탁도 1년 전(273억원)보다 19.8%(54억원) 늘어난 327억원을 기록,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금융지주 신탁사 중 순익 1등을 차지한 하나자산신탁은 5.3%(35억원) 성장해 700억원에 가까운 692억원을 거뒀다.

 

 

수익성 지표도 좋다. 아시아신탁은 올 3분기 ROA(총자산순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 각각 24.33%, 35.01%를 기록, 최근 17개로 늘어난 신한금융의 자회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ROA와 ROE는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을 각각 자산 총액, 자기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나타낸다. KB부동산신탁의 ROA와 ROE는 각각 21.19%, 28.10%로 KB금융의 13개 자회사 중 두 번째로 높다.

 

금융지주 부동산신탁사들이 올해 호실적을 거둔 것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 내 투자)로 대변되는 부동산 광풍 때문이다. 부동산신탁사들의 주 수입원은 책임준공 수주 등에 따른 신탁보수다. 예를 들어 약 30억원의 건물을 3년 동안 공사하면 손익계산서에 10억원에 해당하는 신탁보수가 3년에 걸쳐 반영되는 식이다. 준공 실적이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로, 지난해 이후 부동산 시장이 유례없는 활황을 맞으면서 신탁보수가 크게 늘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신탁 자회사의 영업이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동산신탁사의 경우 금융그룹의 다른 자회사에 비해 사업 내용, 순익 등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신탁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책임준공 수주가 늘어 올해 신탁보수가 크게 상승했다"며 "시장이 좋아져 (아시아신탁뿐만 아니라) 부동산신탁사들이 전반적으로 순익이 많이 올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이들 부동산신탁사 4곳이 모두 금융지주의 '후광'을 받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신탁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지분 60.0%, 51.0%를 갖고 있다.

 

한 금융지주 부동산신탁 관계자는 "금융지주에 편입된 이후 공사 수주가 크게 늘었다"며 "금융지주에 속해 있다는 점이 사업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들 신탁사들의 호실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고는 하나 상승폭이 둔화되는 것일 뿐, 전반적인 우상향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금융지주 부동산신탁사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책임준공을 맡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년간에 걸친 신탁보수도 이미 확보된 상태다.

 

이 부동산신탁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하락세를 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켜봐야겠지만, 금융지주 신탁사들의 호실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