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코로나19 백신효과에도 여객 수요는 여전히 저조하지만 10월 이후 지방공항을 포함한 국제선 ‘항공길’이 속속 열리고 있다.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들도 늘어나면서 인천공항은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 역력하다. 코로나 시대의 기둥인 화물도 수요가 견조해 항공산업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발상의 전환’으로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대한항공은 1조원 수준의 흑자가 기대되고 있다.
◆회복 속도 더디지만...대한항공, 국제선 수요↑=‘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국제선 수요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0만9193명이 국제선을 이용했다. 전년 동기 56.6% 증가한 수치지만 코로나19 발생 전 국제선 수송객이 약 6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20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효과로 국제선 노선이 속속 재개되고 있지만 격리 조치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가 있어 회복이 더딘 것이다.
하지만 백신접종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국제선 수요를 촉진하려는 움직임은 활발한 상황이다. 인천공항은 시간당 항공기 도착 횟수(슬롯)를 기존보다 5회 늘려 15회로 확대하기로 했고 국토교통부는 1년7개월 동안 운항이 멈췄던 지방공항의 국제선 ‘항공길’을 다시 열기로 했다. 이달부터 김해↔사이판 항공편은 주 2회, 김해↔괌 항공편은 주 1회 추가 운항되고 12월에는 국제선 수요가 있을 경우 대구·청주·무안공항의 운항도 재개된다.
김용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김해공항 사이판·괌 노선 증편을 시작으로 지방공항 국제선 운항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지역 거주민들의 해외여행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최근 사이판·싱가포르와 체결된 트래블 버블에 이어 이번 지방공항 국제선 운항재개 등 지역항공·여행업계 회복의 마중물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제선 수요가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의 회복 속도가 특히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총 9만5494명의 국제선 수요가 발생했다. 휴가철을 맞아 이용객이 가장 많았던 지난 8월(11만2097명)보다 낮았지만 지난해 동기 대비 42% 오르며 올해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증감률은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내 항공사보다 최대 30% 가까이 앞섰다.
◆화물 수요 '高高高'…2021년 역대급 실적=조금씩 싹트고 있는 여객 수요는 항공사의 손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수요가 예년만 못해 올해 실적은 여전히 화물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운업은 여전히 명목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반면 화물기를 이용하는 항공산업은 특수가 이어지고 있다. 여객기를 개조하는 등 화물 수송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한항공도 화물을 앞세워 역대급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화물 수송의 수요는 견조했다. 인천공항의 10월 화물 수송 실적은 전체 28만9540톤으로 전년 대비 11.8% 상승했다. 상승폭은 크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주요 노선 가운데 미국과 중동, 유럽 등이 10% 이상 성장했으며 특히 대양주 지역의 오름폭이 컸다. 괌, 뉴질랜드, 사이판, 하와이 등으로 나뉘는 대양주의 수송 실적은 1180톤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6% 이상 성장 했다.
대한항공도 호조세가 지속됐다. 10월에는 총 13만4962톤의 화물을 수송하며 8개월 연속 13만톤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컨테이너 대란이 발생하고 있는 해운업을 고려하면 대한항공의 화물 특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화주들은 컨테이너 대란이 발생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항만을 24시간 가동하기로 했지만 컨테이너 운송기사가 부족해 벌어진 결과라 병목 현상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선박을 통한 물건 수송이 어려워지면서 화물기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고 이에 따라 화물 운임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항공화물 운송지수인 TAC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1kg당 약 10달러로 지난해 1월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상태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물류병목현상이 항공화물 운임을 상승시키고 있고 화주들이 화물기를 사용하려 한다”며 “올해 4분기까지 항공화물 운임이 상승할 전망”이라고 했다.
화물기 호조에 여객수요도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대한항공은 올해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는 올해 영업이익을 창사 이래 세 번째로 높은 1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역대급 실적에 걸림돌은 항공유 가격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달 5일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94.43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하면 113.8% 증가한 상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화물기에 실리는 화물은 농수산물과 특산물, 전자제품 제조업체에 납품해야 하는 부품 등이 실리고 있고 노선과 상황에 따라 물량은 천차만별”이라며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유류비는 30%에 달하는데 최근 유가가 많이 오르고 있어 재무구조에 대한 부담이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