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메모리 시장은 4분기에 침체될 것으로 예측된 상태다. 역사적인 성장을 이뤄낸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황이 생각보다 양호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오히려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선 새로운 D램 표준인 DDR5의 본격적인 개화에 주목하고 있다.
D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산맥인 낸드 사업은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SK하이닉스 는 3분기에 처음으로 흑자전환을 만들어 낸 이후 연간 흑자까지 기대에 차있다. 1년 째 이어지고 있는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도 4분기에 완료될 것으로 보여 ‘규모의 경제’까지 실현 가능해졌다. 더군다나 176낸드의 수율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기술력에도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D램 위축 우려되지만...“성장한다”=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11조8053억원, 영업이익은 4조17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45%, 220% 증가한 숫자다. 분기 단위로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4조원 대 영업이익도 2018년 4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나타냈지만 4분기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메모리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업황이 부정적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분기 D램 ASP(평균판매가격)는 전분기보다 3~8%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PC용 D램은 코로나19 특수로 PC 제품 수요량이 증가해 수혜가 발생했지만 백신효과로 재택근무가 줄어들면서 출하량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서버는 북미와 중국 내 클라우드 기업이 재고를 축적하면서 가격 인상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며 모바일용은 반도체 부족 사태가 이어지면서 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기준, D램에서만 전체 매출 가운데 72%에 달하는 13조5682억원을 벌어들였다. 사업구조상 D램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만큼 가격 하락은 전체 실적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낸드 플래시에 대해서도 트렌트포스는 “소비자 제품 출하량이 부진하다”며 최대 5%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모두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사측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3분기에 다소 약세를 보였던 중화권 스마트폰은 4분기 신제품 출시와 연말 프로모션으로 4분기에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며 “PC는 부품 공급부족 이슈로 수요가 둔화됐으나 기업향 PC 수요 확대, 윈도우11 교체 수요로 견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예상과 다른 해석으로 D램 출하량도 한 자릿수 후반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 주기가 앞당겨지는 점도 호재다. 인텔은 27일(현지시간), 당초 예상보다 1개 분기 앞당겨 DDR5를 지원하는 PC용 CPU 엘더레이크를 공개했다. 메모리의 밀도가 높아지면 전하(電荷)가 손실될 위험이 발생하는데 DDR5는 내부 데이터의 손상을 감지하고 수정하는 ECC(오류 정정 코드 메모리)를 기본적으로 탑재한다. 또 DDR4 대비 데이터 처리속도는 2배 이상 빠르고 30% 이상의 전력효율성을 자랑한다. 새로운 CPU 출시로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의 출하량 확대가 기대될 수 있는 것이다.
엘더레이크는 다음 달 4일 공식 출시될 예정이며 업계에서는 PC용 CPU를 시작으로 DDR4에서 DDR5 시대가 열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DDR5의 범용 제품 교체 주기가 앞당겨지고 있어 4분기 D램 가격이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한다. 지난 2014년 출시된 DDR4가 현재 전체 D램 시장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전체 D램 시장에서 2022년 DDR5의 비중은 10%에서 2024년에는 43%로 확대될 것이라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10월, 테스트와 동작, 호환성 검증 등을 모두 완료 DDR5 D램을 세계 최초로 출시한 상태다. 사측에 따르면 전송 속도가 DDR4 대비 1.8배 빨라졌는데 이는 5GB 영화 약 9편을 1초에 전달할 수 있는 속도다. 또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과 운영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DDR5 도입이 가장 크게 요구될 곳은 서버 시장”이라며 “서버는 대용량의 반도체가 24시간 가동되어야 하는 특성상 매우 높은 에너지 비용이 수반될 수 밖에 없어 고성능 DDR5 채용은 매우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흑자 전환된 낸드, 고사향 제품 출격대기=1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낸드 사업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측은 낸드에서 분기 처음으로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흑자 규모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3000억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국의 승인만 앞두고 있는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도 4분기에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2.3%로 글로벌 4위를 기록했다. 6위에 이름을 올린 인텔 사업부를 인수하면 점유율은 19%로 상승해 삼성전자에 이은 2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플래시는 IT 제품의 보조기억장치 역할을 하며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만큼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옴디아는 지난해 4318억GB에 그쳤던 낸드 시장이 연평균 33% 이상 성장해 2024년에는 1만3662억GB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경쟁사보다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린 점도 낸드 사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제품은 176단 4D 낸드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제품은 이전 세대보다 읽기 속도는 20% 빨라졌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33% 개선됐다. 회사의 전체 낸드 생산량 가운데 128단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로 사측은 176단 제품의 수율(생산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측은 올해 낸드 성장률이 6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분기에는 D램 출하량이 감소했지만 상품 판매 가격이 늘어 이번에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현재 반도체 수급 이슈가 발생하고 있지만 전방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고 제품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도 생산 지연 물량이 4분기에 이연될 수 있어 판매가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76단 낸드는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으며 연내 양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