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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단독]기술탈취에 하도급대금 약탈 그리고 자살까지...‘초일류(?)’ 삼성그룹의 ‘두 얼굴’

하청업체 유모 대표 개발한 MTO기술 사업장 감독관 출입시킨 후 도면 반출 ‘복제 개발’
캔두(주) 등 복제기술 여타 하청업체에 제공...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시켜 대금 상납도
대표격 하청업체 캔두 대표이사들 삼성엔지니어링 출신...이명학 현 사장도 '유착의혹'
유씨-삼성엔지니어링간 소송戰...기술 유출한 혐의 받은 삼성엔지니어링 직원은 ‘자살’

 

[FETV=김양규 기자] 세계 초일류 기업을 지향한다는 삼성그룹이 국정농단을 야기한 최순실 등 전 정권과의 유착(?) 의혹으로 이재용 그룹 부회장의 재판과 구속 그리고 잇따른 압수수색 등 곤욕을 치루고 있는 가운데 그룹 계열사들의 여전한 갑질(?)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공작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 노조 설립 수용과 함께 전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이미지 쇄신을 도모하고 있으나, 여전히 일부 계열사들의 갑질과 만행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요 사업이 플랜트 사업인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기술 약탈 등으로 하청업체와의 법적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 혐의를 받던 삼성엔지니어링 직원이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자살까지 이어지면서 관련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23일 삼성엔지니어링 및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석유화학 등 중공업 생산설비 등 공장을 지어주는 플랜트 사업이 주 사업인 삼성엔지니어링은 하청업체인 A사와 기술탈취 및 하도급대금 약탈 그리고 허위세금계산서 작성 요구를 통해 대금 상납 등 갑질을 둘러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수년간 삼성엔지니어링의 하청업무를 해온 A사의 유모 대표는 지난 2007년 플랜트 건설 시 착공 전 설계단계에 필요한 배관물량산출(이른바 MTO)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화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 결국 3년간의 노력 끝에 2010년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했다.

 

문제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유모 대표가 MTO개발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자사의 하청업체 관리 감독자인 강모 차장으로부터 기술자료 샘플도면을 넘겨받아 MTO 자동화 프로그램을 복제 개발하는 등 갈등을 야기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은 하청업체 A사의 감독업무를 맡아온 강 모 차장을 통해 유씨가 MTO 자동화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는 점을 알게 된후 유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프로그램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요구했고, 유씨가 작성한 기술자료(Typical 샘플)등을 제공받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기술을 탈취했다”며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탈취한 자료들을 이용해 2011년 8월 MTO 자동화 프로그램 복제 개발(SMATO)을 완료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어 2012년부터 대표적인 협력업체인 캔두(주) 등 하청업체들에게 복제 개발한 SMATO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더 나아가 삼성엔지니어링은 감독관리인 강 모 차장을 통해 유모 대표가 MTO 프로그램 개발 업무의 대가로 받은 하도급대금 중 일부를 강제 회수하기 시작했다.

 

즉 삼성엔지니어링은 업계의 관행이란 점을 들먹이며 계약당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을 요구했으며, 총 76회에 걸쳐 약 13억원을 유씨에게 상납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하청업체들에 대한 하도급대금 약탈(?) 행위는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해 납부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씨에게 캔두(주) 등 여타 협력업체에게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도록 하고 금전을 수령했다”면서 “이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0여차례에 걸쳐 이뤄졌고, 강 모 차장을 통해 11억 가량이 삼성엔지니어링에 상납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의 대표적인 하청업체로 알려진 캔두(주)는 매출액이 약 100억원 가량 되는 대형협력업체로, 이전 박종흠 회장을 포함해 임효만 전 대표이사 그리고 이명학 현 대표이사 등 대표이사들이 대부분 삼성엔지니어링 임원 출신들이라는 점에서 양사간 유착(?)관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유씨는 삼성엔지니어링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대기업인 삼성의 하청업체에 불과하고 전적으로 ‘을’의 지위에 있었기에 기술과 아이디어 탈취, 금전약탈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의할 수 없었다”면서 “지난해 7월 하도급관계가 종료됨에 따라 뒤늦었으나 삼성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 탈취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삼성엔지니어링은 감사실 모 임원을 통해 합의를 시도해오다가 갑자기 돌연 태도를 바꾸어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하도급대금 약탈 건은 강 모 차장의 개인적 일탈로 몰아 검찰에 배임증재로 고발하는 등 무책임함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검찰에 고발한 하청업체 관리감독자였던 강 모 차장은 지난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기술과 아이디어 탈취 건의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하도급 대금 약탈 및 허위세금계산서 발행건에 대해서는 강 모 차장의 조사가 필수적이나, 자살함에 따라 사망한 상태로 더 이상 추가 조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삼성엔지니어링의 하청업체인 A사가 개발한 MTO자동화 프로그램 등 기술과 아이디어를 탈취하고, 더 나아가 탈취한 기술을 하청업체들에게 제공한 후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토록 해 하도급 대금을 되돌려 받는 등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전형적인 갑질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삼성전자의 협력사 쥐어짜기' 발언에 대해 삼성의 한 퇴직자가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삼성 OB 게시판'에 올리면서 묻지마 삼성압박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게시판에는 '16년간 삼성에 몸담았고 떠난 지 18년 된 선배'라고 소개한 게시자는 "오늘의 삼성이 있기까지 밤낮 가지리 않고 땀 흘린 선배들, 나, 그리고 지금의 후배들까지 100만이 넘는 삼성인들이 지금껏 한 일이 고작 밤새 협력업체나 쥐어짠 일이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세계 1등이 되기 위한 그 귀한 시간을 이렇게 폄훼하는데, 여러분들은 분노라는 단어를 언제 쓰려고 아끼는가"라며 "수많은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이익을 내는 파렴치한 집단의 월급쟁이로 비치고 싶은가"라고도 했다.

 

앞서 홍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모 행사에서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이 된 것은 1∼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짜고 쥐어짠 결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우리나라에 고용창출 등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반면 협력업체 등에 대한 갑질 행위 등으로 많은 국민과 중소기업인 그리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 사실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만 하더라도, 삼성그룹의 보험계열사인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이자 미지급과 암보험 가입자들의 요양병원 입원비 부지급 등으로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융당국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참여연대 및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금융당국에 검찰에 고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삼성증권은 배당오류 사태로 실제 발행되지 않은 주식을 계좌로 입고 받은 삼성증권 직원들이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 폭락에 따른 투자자 손실을 초래했다. 특히 최근 검찰 조사에서 삼성증권 직원들은 회의실에 모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확인돼 기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