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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FE리포트] "헝다 쇼크를 경계하라"...K-건설 향후 기상도는?

중국 2위 부동산기업 ‘헝다그룹’, 레버리지 규제에 디폴트 초읽기
공동부유 정책에...중국 개입 없을 듯…‘제2 리먼’ 우려 나오지만 기우란 분석
국내 증시 ‘휘청’…부동산과 밀접한 K-건설사도 주가 하락...“건설업종 피해야”

[FETV=김현호 기자] "헝다 쇼크를 경계하라"

전세계가 중국을 대표하는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에버그란데) 쇼크에 주목하고 있다. 한 때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을 제치고 중국 부호 1위로 떠오른 쉬자인 회장이 물러난 데 이어 부채가 높아지자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규제와 경제정책을 공동부유 전환한 중국은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제2 리먼사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헝다의 부채는 중국의 주요 은행 자본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고 외국인 투자 비율도 높지 않은 만큼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중국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시장에 단기 충격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증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부동산과 관련이 깊은 건설산업의 투자가 위축될 전망이다.

 

 

◆‘부채 350조’ 헝다, 디폴트 위기=중국 부동산 개발 2위 기업인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 헝다는 23일 만기가 도래한 8353만 달러의 채권 이자는 결제를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해결해야 하는 달러 채권 이자만 5억3000만 달러(약 6266억72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현재 부채가 1조9700억 위안(약 360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디폴트 위기는 여전한 상황이다.

 

헝다는 부동산 기업으로 분류되지만 금융과 헬스케어, 전기차, 스포츠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왔다. 레버리지 확대로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이어갔지만 중국이 내수 진작 정책을 펼치면서 집값 잡기에 나서자 큰 위기에 몰렸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8월, 순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줄이는 등 부동산 산업에 ‘부채관리 3가지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레드라인을 초과할 경우 대출과 부채 확대를 막는 등 사실상 레버리지 성장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레버리지는 부채를 높여 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는 용어를 뜻한다. 대출이 어려워진 헝다는 레버리지로 높아진 차입금을 감당하지 못하자 결국 파산 직전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이에 기업 가치도 ‘뚝뚝’ 떨어졌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헝다의 채권 신용등급을 B+에서 CC로 내려 잡았고 중국의 청신과 CCXI도 모두 하향 조정했다. 전 거래일 기준 회사의 주가는 2.64홍콩달러로 올해 1월 대비 85% 가량 감소한 상황이다.

 

이번 위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경제정책에도 영향을 받았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17일, 공산당 지도부 회의에 참석해 “인민 중심의 발전 사상을 유지하고 높은 수준의 발전을 통해 공동부유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자국민의 빈부격차, 사회적 불만 등을 해소하는 경제정책을 뜻하며 성장중심으로 소수에 집중된 소득을 조정하고 분배해야 한다는 목적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헝다의 디폴트 위기에도 중국의 개입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레버리지 성장을 억제하고 공동부유로 경제정책 노선을 변경한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돕기 위해 나선다면 그동안의 성장전략과 반대되는 입장으로 선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거대 기업 규제 움직임과 강력한 부동산 시장 과열 억제 의지를 고려할 때 일부 충격에도 불구하고 헝다그룹의 파산을 받아들일 여지가 높다”고 분석했다. 또 “헝다그룹의 파산을 용인할 수 있는 건 내부적으로 디폴트 파장을 수습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제2 리먼사태 가능성은...“영향 제한적”=헝다그룹의 위기에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헝다의 부채는 상당 부분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디폴트가 현실화 될 경우 중국의 금융기관은 연쇄 부도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GDP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8% 수준이다. 다만, 시장에서 주목하는 ‘제2 리먼사태’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08년 9월, 당시 미국의 4대 투자은행(IB)이던 리먼 브라더스는 158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파산했다. 채권과 모기지 파생상품에 집중투자 하다 부동산 거품에 모기지 기업이 잇따라 쓰러졌기 때문이다. 리먼의 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 됐고 이에 헝다발(發)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위기론이 커지면서 추석연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일제히 충격이 발생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각),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모두 떨어지면서 4개월 여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또 홍콩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글로벌 시장의 증시 역시 모두 감소한 바 있다. 한국시간으로 21일에는 비트코인와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도 10% 가까이 추락하기도 했다.

 

헝다 사태가 ‘제2 리먼사태’로 연결되기 어려운 부문은 중국 은행권의 자산을 고려하면 헝다의 부채는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상업은행 자산총액은 약 45조 달러, 부채는 35조 달러로 헝다그룹의 부채는 전체 상업은행 대출 잔고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리먼과 달리 부동산 대출 파생상품이 적고 외국의 투자비율도 낮아 위기론은 ‘기우’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건설사, 휘청...“건설업종 피해야”=헝다의 파산 위기에 국내 건설사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글로벌 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우려도 남아있는 만큼 부동산과 밀접한 건설산업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진 분위기다.

 

추석 연휴로 사흘 동안 휴장에 들어갔던 코스피는 23일 영업을 재개했지만 한 때 3120선 아래까지 떨어지며 3127.58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12.9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주요 기업의 주가가 대부분 하락한 가운데 국내 건설사도 큰 영향을 받았다. 상장사 기준, 국내 시공능력순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팀장은 “중국 부동산 섹터와 주가 연관성이 높은 국내 업종은 피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부동산이 투자 경기와 연관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국 부동산 섹터 주가 하락 시 국내 기계, 조선, 건설과 같은 산업재 섹터의 주가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