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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디지털’서 승부수 띄운다

연내 IPO 압박 해소…현대캐피탈 대표직 사임으로 부담 덜어
'PLCC·모바일 앱' 등 데이터 분석 역량 키우며 혁신 이룬다

 

[FETV=홍의현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인 디지털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정 부회장은 이달 30일부로 현대캐피탈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직을 사임할 계획이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지분 24%를 푸본금융과 현대커머셜이 사들여 연내 기업공개(IPO) 압박도 해소된 만큼, 현대캐피탈의 실적 부담을 덜고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한 현대카드의 디지털화 작업에 매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달 말로 예정된 현대캐피탈 이사회에서 대표직 사임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 사임 이후에는 목진원 현대캐피탈 각자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게 된다. 지난 2003년 현대캐피탈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정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18년 만에 퇴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1960년 4월 정경진 종로학원 설립자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정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다 현대정공 도교지사 담당을 시작으로 미주 법인장, 멕시코 법인장을 거쳐 현대모비스 기획재정본부장, 기아자동차 구매본부장으로 재직했다. 2003년 1월 현대카드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같은 해 10월부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했으며, 2007년부터는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사장직도 함께 맡은 바 있다. 2015년 5월부터는 3사의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딸인 정명이 현대카드 브랜드 부문 사장의 남편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은 현대캐피탈을 이끌면서 자동차 할부금융에 디지털을 더하고, 중고차 시장에 인공지능과 데이터 사이언스를 접목해 업계와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현대카드에서도 1.8%(2001년)에 불과하던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기준 17.6%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카드업계 전반에 불어 닥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직의 부담을 덜고 미래 전략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현대카드의 연내 IPO 압박이 해소되면서 정 부회장의 계획은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됐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하던 현대카드 지분 24%를 푸본금융(20%)과 현대커머셜(4%)이 총 5856억원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어피니티는 지난 2017년 싱가포르투자청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카드 지분을 약 380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당시 투자 계약에는 현대카드가 올해까지 IPO를 마쳐 투자금 회수를 돕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카드업계의 불황 등이 이어지면서 현대카드는 상장에 어려움을 겪었고, 시간이 촉박해지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대만의 푸본금융을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현대카드를 디지털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과 디지털을 융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회사의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고객의 데이터를 한데 모으기만 하는 혁신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도출해내는 데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표적인 결과물로는 현대카드의 상징과도 같은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가 있다. PLCC는 제휴하는 기업이 주도해 직접 상품을 설계하고, 기업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출시하는 카드다. 해당 회사에 최적화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을 뿐만 아니라 미래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용이하다. PLCC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존의 제휴카드와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면 고객들의 실질적인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는 정 부회장의 구상에서 시작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이마트와 손잡고 ‘이마트 e카드’로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PLCC를 선보였다. 이후 2017년에는 3종의 카드를, 2018년 6종, 2019년 7종, 지난해에는 14종을 선보이는 등 매년 새로운 PLCC 발급을 늘려가고 있다. PLCC를 발급한 회사로는 이마트, 이베이코리아, 코스트코, 현대기아자동차, 대한항공, GS칼텍스, 쏘카, 스타벅스, 우아한형제들 등이 있다. 배민현대카드는 출시 8개월 만에 총발급량 10만 매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 리뉴얼한 ‘현대카드 모바일 앱’도 데이터 분석을 통한 디지털화의 결과물이다. 현대카드 앱은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별 금융‧생활‧문화 콘텐츠를 최적화된 형태로 제공한다. 또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리포트 형태로 전달한다. 지난해 4월에는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자동 응답 시스템(AI-ARS)’도 도입했다. AI-ARS 대상 고객이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전화번호를 인식해 AI 상담원을 바로 연결한다. 로봇 자동화(RPA) 기술을 적용해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카드업계의 오픈 이노베이션도 현대카드가 최초로 시작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6년 카드업계 최초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인 스타트업 입주사무소 ‘스튜디오 블랙’을 만들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개방형 혁신’이라는 뜻으로 기업들이 연구, 개발, 상업화를 위해 대학, 연구소 등 외부 기관의 기술과 지식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카드의 ‘세로형 카드’ 전용 휴대전화 케이스 등이 스튜디오 블랙의 입주사와 협력해 만든 결과물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사내 디지털 인력을 약 500명까지 끌어올리는 등 전사적으로 디지털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데이터 큐레이션과 데이터를 구동하는 알고리즘 영역의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