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국내 원전 건설은 불투명한 상태지만 두산중공업이 ‘원전’ 수요를 누리고 있다. 차세대 원전으로 평가되는 소형모듈원자로(SMR)로 주가가 대폭 오르며 ‘두슬라(두산중공업+테슬라)’라는 별칭이 생긴 이후 체코에서도 원전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것이다. 정부는 두산중공업 컨소시엄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한 점을 내세우며 수주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태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문제 의식은 유효하지만 ‘탄소중립’을 선언한 세계 각국은 SMR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이 뛰어나고 규모가 축소된 만큼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게 매력 포인트다. 원전은 이같은 강점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원전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알아 주는 톱클라스다. 두산중공업이 ‘SMR’ 특수를 잔뜩 기대하는 것도 이같은 원전 기술력 때문이다.

◆체코發 8조짜리 프로젝트에...두산重, 주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22일, 2만67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전날 보다 3.7% 상승한 수치다.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8조원 규모에 달하는 체코 원전에 대한 수주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체코 정부는 2040년까지 1000MW급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며 현재 한국은 미국, 프랑스와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수주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문승욱 장관이 지난 18일, 체고 안드레이 바비쉬 총리 등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 진행 중인 다수의 해외원전 건설 공기가 지연되고 있지만 한국이 건설한 UAE 원전은 계획된 예산과 공기를 준수했다”며 “체코 원전사업에서도 적정 예산과 적시 시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에 바뷔시 총리는 “한국은 안보리스크가 없는 등 한국의 입찰 참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체코 원전기업 사절단을 구성해 한국을 방문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업체로 지난 1987년 한빛 3, 4호기부터 원자로 핵심설비 주계약자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한국전력공사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는 등 원전기술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으로 국내 원전의 신규 건설은 불투명한 상태지만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2040년까지 267GW 규모의 신규원전이 건설될 예정이라 원전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형원전 기대감에 52주 신고가=두산중공업은 원전 기대감이 높아진 이달 초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호재를 누렸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원전사업 공동참여를 포함해 해외원전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사측은 지난 4일, 주가가 한 달 만에 152% 오른 3만2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세웠다.
양국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 SMR 기술협력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은 가압기와 노심 및 핵연료 등 원자로를 구성하는 주요기기들을 일체화해 제조된다. 외부 충격에도 방사능 누출 우려를 줄여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또 모듈형이라 경제성이 높고 규모가 줄어든 만큼 수량도 조정할 수 있어 전력수요에 맞출 수 있고 건설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SMR은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며 공장제작, 현장조립이 가능한 원전으로 수소생산, 해수담수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며 “투자 리스크가 적고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흐름과 맞물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 빌게이츠의 테라파워 등 원자력발전 분야의 세계적 트렌드로 급부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SMR은 미국의 원자력발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NuScale)이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받으며 소형모듈원전을 개발 중인 뉴스케일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SMR 최초의 설계인증을 받으며 2025년 착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뉴스케일과 지난 2019년, 최소 12억 달러에 달하는 원자로 모듈 및 기타 기기 공급 계약을 맺으며 SMR 개발의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625/art_16244064018358_131a5a.png)
◆SMR은 게임 체인저가 될까=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중이다.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은 이미 탄소중립을 법제화했고 유럽과 일본, 미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국가는 기후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 나서고 있는데 SMR이 새로운 선택지로 급부상 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을 비롯한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은 이미 소형원전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도 1997년부터 ‘일체형 가압경수로형’의 소형원전인 스마트(SMART)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지난 2012년, 원자력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연구원은 “일체형 가압경수로형은 안전성 향상과 함께 모듈 형태로 설계 및 제작이 가능해 건설 공기를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2030년부터 상용화가 예측되고 있는 SMR은 뉴스케일을 비롯해 수 십여개 기업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이 완료된다고 해도 이를 원전으로 실제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은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소수에 불과하다. SMR 수요가 크게 확대된다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SMR 시제품 제작에 들어간 뉴스케일의 특수가 예상되는데 제조사인 두산중공업도 이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SMR과 대형원전은 크기 차이만 있을 뿐 기본 제조 메커니즘은 다르지 않아 기술력에 있어 큰 차이는 없기 때문에 뉴스케일 등 발주사의 설계가 완료되면 회사는 SMR을 곧바로 제조할 수 있다”며 “SMR이 상용화 된다면 향후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돼 회사 입장에서도 이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