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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Why]경계현의 삼성전기, 영업익 2배 치솟았는데 주가는 곤두박질친다고...왜?

삼성전기, 2분기 3000억원 흑자 예상…주가 신고가 세운 이후 하향세
언택트 수요 이어질지 의문, MLCC 최대 시장 중국 내재화 소식 전해져
기술력 좁히기 어려운데...최대 시장 중국發, 수요 올라가고 PCB 특수 예고

[FETV=김현호 기자] 전자기기 부품회사인 삼성전기의 경계현 사장은 요즘 가시방석이다. 경영실적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삼성전기가 2분기 지난해 동기대비 200%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절적 비수기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체의 고객사들의 재고축적이 잇따를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삼성전기의 주가는 연일 맥을 못추고 있다. 경영실적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반면 주가는 우하향하는 등 정반대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경 사장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2분기부터 코로나19 기저효과 축소와 중국 MLCC 내재화 등 복합적 요인이 삼성전기의 이같은 역주행식 주가 곡선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MLCC 수요가 거센 가운데 기술력과 생산력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아 중국 비중이 높은 삼성전기에 큰 수혜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비중이 크게 확대된 기판사업도 고성장이 예상돼 수익성 기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수요 악화에도...2분기 영업이익 200% 이상 오른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기가 2분기 연결기준, 2조1560억원의 매출과 29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5% 이상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10년 이후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자업계의 ‘쌀’로 분류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MLCC는 전자기기의 전기를 원활하게 공급하고 전자파 간섭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전자기기의 수요가 가장 많은 스마트폰에는 대략 800~1000개가 사용되고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자동차에는 1만개 가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2분기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신작이 출시되지 않아 부품사들에게는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고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부족 사태로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MLCC 수요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고객사들의 재고축적으로 삼성전기가 높은 실적을 이뤄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을 3132억원으로 예측하며 “MLCC 업황이 둔화되고 있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지 않다”며 “중국 스마트폰 수요 약세와 언택트(비대면) 수요 둔화는 불가피하겠지만 여전히 재고가 적정 수준 이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LCC 판가가 상승하지 않더라도 5G 스마트폰용 소형, 고용량품 위주로 제품 믹스(Mi)x가 개선되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돈은 많이 버는데 주가는 약세라고....실적과 멀어지는 주가 역주행=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14일, 17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현재 주가는 연초 대비 부진한 상태다. 당초 삼성전기는 지난 1월26일, 종가기준 21만7000원을 기록해 52주 신고가를 세우며 호기롭게 한 해를 시작했다. 하지만 20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지난달 13일 16만500원까지 떨어져 올해 최저치를 나타냈고 현재까지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MLCC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과 중국의 내재화 소식이 반영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PC, 게이밍 콘솔 등 언택트 수요에 대한 지속성 의문과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연간 출하 목표치를 하향조정 한다”며 “완만해지는 전방 수요 강도를 감안해 목표주가를 20%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8일, 해외 현지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MLCC 기업들은 내재화를 목표로 2분기부터 본격적인 생산라인 증축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MLCC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면서 당시 회사 주가가 전날 대비 4000원 하락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중국을 통해 전체 매출 가운데 42%에 달하는 990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동남아, 미주 등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았다.

 

 

◆중국, 기술격차 좁히기 쉽지 않을 듯...중국發 수요 기대=중국은 전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제조 국가로 MLCC 수요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내재화는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국 최대 생산 기업인 풍화고과(风华高科)의 월평균 MLCC 생산량은 2019년 기준, 130억개로 세계 1위 기업인 일본의 무라타에 비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MLCC 기술개발의 핵심은 용량을 높이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내부 전극(電極)을 얼마나 얇게 하고 높이 쌓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를 위해선 원천재료 기술과 핵심공정기술의 노하우가 필요해 MLCC 제조는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기준, 삼전전기의 글로벌 MLCC 점유율은 23%인 반면 중국 전체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5% 안팎에 불과했다.

 

중국이 기술력 격차를 좁히고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어려운 가운데 중국 내 MLCC 시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전자소자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중국의 MLCC 수요량은 약 2조8000억개로 전 세계 수요량 가운데 71%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이보다 21% 이상 증가한 3조4000억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전자부품산업협회는 중국의 MLCC 시장규모가 2023년까지 연평균 5%씩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CB도 기대 되네…삼성전기, 기판사업 好好好=중국은 MLCC와 함께 인쇄회로기판(PCB)의 최대시장으로 분류돼 삼성전기의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PCB는 구리 배선이 얇게 인쇄된 판을 뜻하며 판 위에 콘덴서와 집적 회로 등 전자부품과 반도체를 올려 전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가전제품을 비롯해 컴퓨터, 스마트폰 등 모든 전자기기에 반드시 필요하고 자동차, 항공기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미국 전자산업 컨설팅 업체인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중국의 PCB 생산규모는 2019년 53.7%로 글로벌 1위다. 대규모 내수시장과 생산비용이 낮은 점을 앞세워 글로벌 최대 시장으로 발돋움 한 것이다. 황혜민 중국 광저우무역관 연구원은 "중국 5G 인프라 건설 및 전기차 보급에 힘입어 앞으로도 두 분야의 PCB 수요가 지속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PCB를 생산하는 삼성전기의 기판사업은 1분기 2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5%에 불과했던 영업이익 비중은 8%까지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가 올해 기판 사업에서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PCB는 크게 모바일에 사용되는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징(FC-CSP)과 PC용 플립칩-볼그리드배열(FC-BGA)로 나뉜다. 삼성전기는 국내 유일의 FC-BGA 공급사이자 FC-CSP에서는 글로벌 점유율 1위 기업이다. 현재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PCB 역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판가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FC-BGA는 PC 수요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증해 공급부족이 발생하고 있고 선두업체가 서버·네트워크의 CPU와 콘솔 게임 등 추가 수요를 대응하지 못해 가격 상승으로 연결됐다”고 전했다. 이어 “FC-CSP는 5G 전환 가속화 과정에서 대만 회사의 화재사고로 공급 물량이 감소했다”며 “삼성전기가 추가적 공급역할을 담당해 가격 상승이 동시에 진행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