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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로봇 ‘名家’ 꿈꾸는 LG전자…국내외 투자 활발

1988년부터 음성인식 기능 연구 착수, 2003년 국내 최초 로봇 청소기 ‘로보킹’ 출시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 1위 기업 '로보스타' 유상증자 참여…536억원 투자 결정

 

[FETV(푸드경제TV)=김수민 기자] 이스라엘 중부에 위치한 홀론에 거주하는 코비 오제르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던 중 스마트폰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받았다. 집에 있는 LG전자 로봇 청소기 ‘홈봇’이 낯선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서는 장면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이를 눈치챈 도둑이 도망가면서 로봇 청소기가 도둑을 퇴치한 사례로 최근 SNS(Social Network Services/Sites) 등을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LG전자 로봇 청소기가 도둑의 사진을 찍어 보낸 건 홈가드 기능 덕분이다. 전면부에 탑재된 보안용 카메라가 사물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5장의 사진을 연속 촬영해 집 주인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준 것이다.

 

청소기가 보안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 LG전자의 로봇 공학 기술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전자는 음성인식팀을 구성, 자체 기술로 음성인식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선행연구에 착수했다. 이때부터 개발된 기술은 현재 휴대폰, 로봇청소기, TV, 에어컨 등 다양한 제품에서 활용되고 있다.

 

15년이 지난 2003년 LG전자의 로봇 연구는 국내 최초의 로봇 청소기 ‘로보킹’을 탄생시키며 결실을 맺었다.

 

초기 모델은 초음파 센서로 장애물을 피하는 수준이었지만, 2009년에는 성능을 높여 세계 최초로 청소기에 두 개의 눈을 달았다. 위아래 2개의 카메라를 적용한 ‘듀얼아이’ 제품이다.

 

2011년에도 세계 최초로 3개의 카메라를 장착한 청소기를 선보였다. 제품의 앞·위·아래에 카메라를 장착한 ‘트리플아이’는 주행 시 집안 공간을 분석해 지도로 만들었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청소기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며, 원격 조작도 가능하다.

 

또 업계 최초로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해 사용자의 명령어를 실행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로봇청소기가 음성으로 사람에게 알려주는 스마트진단 기능도 탑재됐다.

 

이후 2012년에는 원형 디자인을 탈피해 청소 편의성을 높인 사각 디자인 등 신제품을 선보였다. LG전자는 로보킹 시리즈의 실적에 힘입어 로봇 청소기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하고 있다. 로보킹의 누적 판매량은 2016년 40만대를 넘어 2017년 100만대를 돌파했다.

 

 

 

LG전자는 로봇청소기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로 연계 가능성이 높은 생활 로봇을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그 결과 올해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18’에서 로봇 3종을 새로 공개하기도 했다.

 

새롭게 선보인 로봇 3종은 ‘클로이’라는 브랜드 명칭으로 공개됐다. 클로이는 ‘똑똑하면서도 친근한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의미로 서빙 로봇, 포터 로봇, 쇼핑 카트 로봇과 같은 생활에 밀접한 로봇들로 구성됐다.

 

서빙 로봇은 호텔 투숙객에게 룸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공항 라운지 방문객들에게 음료수를 서빙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포터 로봇은 짐 운반뿐만 아니라 체크인과 체크아웃도 할 수 있다. 호텔 투숙객은 로봇의 자동결제 시스템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체크아웃할 수 있다.

 

카트 로봇은 대형 슈퍼마켓에서 고객의 쇼핑 편의를 돕는다. 고객이 카트 로봇의 바코드 리더기에 물건을 갖다 대면 카트에 담긴 물품 목록과 가격이 디스플레이에 나타난다. 또 고객이 사고 싶은 물건을 스마트폰에서 선택하면 해당 물품이 진열된 자리로 안내해주기도 한다.

 

박일평 LG전자 사장은 CES 2018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로봇 3종에 집중하되 다른 분야의 로봇 사업도 단계적으로 검토할 것을 고민 중이다”고 말해, 로봇 사업 확대를 시사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최근 가정용 로봇을 넘어 산업용 로봇 시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산업용 로봇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700억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지난 22일 미국 로봇개발업체인 ‘보사노바 로보틱스’에 약 300만달러를 투자해 약 5%의 지분을 인수했다. 보사노바 로보틱스는 2005년 설립돼 로봇과 컴퓨터 비전(로봇에 시각 능력을 부여하는 기술),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실시간 매장관리 로봇·솔루션 등을 개발하는 업체다.

 

보사노바 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봇 제품들은 현재 미국 내 월마트의 50개 매장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이 로봇들은 매장을 돌아다니며 선반에 놓인 제품의 품절 여부, 가격표나 상품 표시의 오류 등을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에는 서강대의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에스지로보틱스’와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30억원의 R&D 비용을 지원한 바 있다. 올해는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에 약 9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해 지분 10.1%를 확보했다.

 

지난 5월 2일에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10억원 규모로 참여해 지분 10%를 확보하기도 했다. 또, LG전자는 로봇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감성 인식분야에서 아크릴과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

 

특히, LG전자는 7월 중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 1위 기업인 로보스타의 유상증자에 536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취득하기로 했다. 내년 말까지 로보스타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일부를 인수해 지분율을 33.4%로 늘려 최대주주에 올라설 계획이다. 사실상 로보스타는 LG전자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셈이다.

 

한편, LG전자는 로봇 산업에 대한 투자와 함께 로봇 관련 인력풀을 확보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에 개장한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는 현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 연구인력 1만7000여명이 모여있다. LG는 2020년까지 연구 인력을 2만2000명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자체 연구인력 확대와 계열사 간 융복합 R&D 투자를 지속해 향후 로봇 '명가(名家)'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