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엔씨소프트·넷마블·넥슨 등 이른바 '3N'이 선도하는 'K게임주'의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있었던 과금 논란에 따른 불매 운동과 인건비 상승, 중국에서의 고전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하반기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게임업종 대장주 엔씨소프트는 전장 대비 8000원(-0.94%) 하락한 주당 84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지난 2월 역대 최고가(104만8000원)를 달성한 뒤 하락을 거듭하며 두 달 가까이 80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같은 날 넷마블은 전장 대비 2000원(-1.44%) 하향 조정된 주당 13만65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4월 한때 강세를 보이며 주당 15만1000원을 찍기도 했으나 이후 꾸준히 낙폭을 키웠다.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의 주가도 전일 대비 38엔(-1.55%) 내린 주당 2418엔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말 3624엔을 기록한 뒤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1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유력 게임종목 10개로 구성된 'KRX 게임 K-뉴딜지수'를 살펴보면 게임회사의 부진이 더욱 눈에 띈다. 이날 1356.76포인트(-0.57%)로 마감하면서 52주 최고치인 1621.15포인트를 크게 하회했다.
게임주는 콘텐츠 산업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성장을 지속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 열풍 수혜를 입은 지난해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9.2% 성장한 17조98억원으로 추산됐다. 3N만 하더라도 매출 증가로 500대 기업 순위가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역시 7.4%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게임주의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올해 1분기 실적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대표작 '리니지M'이 앱스토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올 1분기 당기순이익(802억원)이 전년 동기(1954억원) 대비 두 배나 떨어졌다. 넷마블의 올 1분기 순이익(619억원)은 전년 동기(574억원) 대비 개선됐으나 직전 분기(1028억원)에 비해서는 크게 하락했다. 넥슨은 올 1분기 순이익 4836억원으로 전년 동기(5455억원) 대비 8%대 손실을 냈다. 다른 상장 게임사들의 사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게임사의 경우 모바일게임 내 강력한 과금 정책으로 거두는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올해 초 일부 아이템 생성 확률이 상황에 따라 다르도록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과도한 '현질 유도'에 지쳐 있던 유저들이 불매운동과 트럭 시위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인건비도 올랐다. 3N의 전 직원 연봉 인상을 시작으로 크래프톤·컴투스·게임빌 및 중소게임사들도 IT 인력 확보를 위해 인건비 비중을 늘렸다. 올 1분기 주요 게임사 9곳의 인건비 총액은 47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했다. 개발자들의 몸값 상승이 자연스럽게 매출 축소와 게임업계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내 게임시장에 중국게임이 유입되고 있는 기조와 달리 한국 모바일게임은 중국 판호 문제에 가로막혀 중국 게임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게임시장이라는 점을 반영하면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 게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영국에 밀려 기존 4위에서 현재 5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작 하나만 잘 돼도 부진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며 “게임기업들의 연봉 인상과 스톡옵션 및 스톡그랜트 등의 정책에 따라 인건비는 계속 상승할 테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인 만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주들에게 더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통상 1분기는 비성수기, 4분기는 성수기로 분류된다”며 “하반기에는 본격화된 해외 진출에 따른 전반적인 실적 개선 흐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생존을 위해 게임사들도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우선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가 모바일게임에 치우친 매출 구조 혁신을 위해 콘솔게임을 개발 중이다. 모바일 야구게임 명가 컴투스도 작년 유명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개발사 '아웃 오브 더 파크 디벨롭먼츠'를 인수해 PC패키지게임시장에 발을 들였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캐릭터 지적재산권(IP)를 기반으로 '쿠키런:킹덤'을 출시해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사상 최대 순이익(205억원)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게임즈 역시 인지도 높은 '카카오프렌즈' IP를 내세워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면서 모회사인 카카오의 막강한 자금력을 활용한 개발사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게임팬들에게 친숙한 게임사인 손노리·엑스엘게임즈 등을 인수했고, 최근에는 넵튠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또 신사업에 눈길을 돌려 수익다변화에 착수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K팝' 콘텐츠를 활용한 메타버스 플랫폼 '유니버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넥슨 일본 본사는 1130억원 규모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암호 화폐 거래소 인수에 관심을 갖는 등 가상 자산 관련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게임업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타고 게임사들의 주가가 반등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