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채권단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지원을 받았던 두산중공업이 빠른속도로 ‘환골탈태’하고 있다. 올해 1분기부터 실적이 오른 것은 물론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성 자산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을 향한 시장 반응도 긍정적으로 평가되면서 주가도 상승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오랜 부진을 벗어났던 만큼 두산중공업도 향후 전망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6개 분기 만에 IR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두산중공업 측은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기존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새로운 ‘먹거리’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원전과 풍력, 수소 사업이 대표적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우호적인 형성된 시장 분위기는 회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이같은 환골탈태엔 사령탑인 박지원 회장의 역할이 컸다.

◆1분기 보고서 뜯어보니...‘환골탈태’한 두산重=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1분기 실적은 지난해 동기대비 180도 바뀌었다. 별도 기준 매출은 8162억원으로 11.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91억원에서 547억으로 흑자전환 됐다. 이에 따른 재무상태도 크게 개선됐다. 영업이익률은 -6.4%에서 6.7%로 바뀌었고 부채비율도 241%에서 229%로 하락했다.
현금흐름도 크게 개선됐다. 1분기 말, 유동자산은 3조5476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1647억원에 그쳤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84% 이상 늘어난 4685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또 341억원이 유출됐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25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밖에 주주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당기순이익은 -3019억원에서 1066억원으로 흑자전환 됐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가능성을 보워줬다”고 설명하면서 “고정비 감축으로 연간 5조원 수준의 매출에서도 흑자 기조 유지가 가능하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조조정과 유상증자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순조로웠다”며 “국내 발전 기자재에서 모든 라인업을 갖고 있는 대장주”라고 평가했다.
◆주가도 연일 ‘상승곡선’…원전 호재 이어질까=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26일, 전날보다 9.5% 오른 1만61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재 두산중공업 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0% 이상 증가했으며 52주 신고가를 세웠던 지난해 11월27일(1만710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가의 오름폭이 컸던 이유는 한미 정상회담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원전사업 공동참여를 포함해 해외원전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원전사업 공동 참여와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업체로 한국이 최초로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제작을 맡은 기업이다.
양국은 원전사업에 대한 세부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기술협력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SMR은 기존 원전 대비 높은 안전성과 초기 투자비용 감축, 건설 기간도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탄소감축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위해 초소형원전 육성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대형원전보다 용량이 10분의 1에 불과한 SMR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수소인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 받고 있다.
SMR을 상용화하는데 가장 근접한 회사는 미국의 원자력발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NuScale)이다. 뉴스케일은 소형원전 사업을 선도하는 업체로 지난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SMR 최초의 설계인증을 받았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9년, 이 회사에 4000만달러(약 446억원)를 투자해 원자로 모듈 등을 공급하기로 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해외 신규원전사업에 양국 주요 원전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가운데 금번 양국 정상간 합의를 계기로 기업 간, 구체적인 협력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적인 원전 강국인 미국의 기업들과 우수한 기자재 공급망과 더불어 바라카원전 상업운전을 성공시킨 우리 기업들간 해외원전 공급망을 갖추게 될 경우 수주경쟁력 제고와 양국 원전 생태계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포트폴리오 변화시키는 두산重, 미래사업 준비 ‘착착’=두산중공업은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IR(기업설명회)을 열고 변화를 강조했다. 사측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며 2025년까지 석탄·담수·국내 원자력 등 기존사업의 수주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성장사업으로 분류한 신재생 에너지, 가스 등을 두 배 가량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이 신재생 에너지의 핵심 사업으로 분류하는 분야는 풍력이다. 지난 2005년부터 해상풍력 사업을 시작한 두산중공업은 국내 해상풍력 1위 사업자다. 3메가와트(MW)급 모델로 2011년 아시아 최초로 해상 설치에 성공했고 2018년에는 기술력을 5.5MW급까지 끌어올렸다. 2022년에는 8MW급 모델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해상풍력발전 규모는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124MW에 그쳤던 국내 해상풍력발전 규모를 2034년까지 20기가와트(GW)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또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40년 이후 발전량 가운데 해상풍력이 에너지원 1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두산중공업의 점유율 확대가 기대되는 요인인 것이다.
지난달 지주사인 ㈜두산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TFT)까지 꾸려 전문인력의 역량을 총집결한 수소사업은 회사의 미래로 분류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수소시장 규모는 12조달러(약 1경3423조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은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크게 ▲블루수소 ▲그린수소 ▲원자력수소를 생산하기로 했다.
‘블루수소’는 2022년 완공이 예정된 창원액화플랜트에서 탄소포집기술(CCUS)을 적용해 생산할 예정이다. CCUS는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방출되는 것을 막는 기술로 국제에너지기구는 이를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밖에 ‘그린수소’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나온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