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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만 5개…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이번엔 국회 '문턱' 넘나

금융당국·정치권 필요성 '공감' vs 의료계 개인정보 보호 등 이유로 '반대'
5~6월 임시국회서 법안 상정 예정..."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 높아"

 

[FETV=홍의현 기자] 12년째 공전 중인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간소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 추진 의지에 더해 정치권도 간소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성일종 의원, 전재수 의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서울 이룸센터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입법공청회'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나종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복잡한 보험금 청구 절차로 소비자는 마땅히 누려야 할 건강권과 재산권을 포기하고 있다"며 "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통해 소비자의 시간, 노력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녹색소비자연대 등 3개 시민단체가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손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 결과와 관련한 주장이다.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2명 중 1명은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포기했으며 소비자 85%는 본인 동의에 따라 진료받은 병원에서 보험사로 증빙서류를 전송하는 간소화 방식에 동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구 포기 사유로는 진료금액이 적어서(51.3%), 진료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등이 꼽혔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장 큰 반대이유는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이다. 여기에 의료계는 실손보험이 '민간 간의 계약'인 만큼 의료기관에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게 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이사는 "실손보험은 민간 간의 계약인데도 병원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한다"며 "민간 핀테크 업체 주도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대표는 "보험사들은 청구 전산화를 통해 행정 비용 절감, 의료정보 활용한 상품 개발, 보험금 지급 거절 등을 노리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독선적인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의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청구 전산화'는 위헌 소지가 없다. 환자 요청이 있을 때에만 의료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환자의 의료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병원이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청구 전산화에 반대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전산 청구를 민간 핀테크 업체 등에 맡긴다면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보다 오히려 정보 유출 우려가 크고, 이 업체의 이익까지 고려하면 궁극적으로 보험료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청회에 참여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청구 전산화를 더 미루기에는 국민께 송구스럽고, 디지털 혁신의 선두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앞으로 청구 전산화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3900만명의 의료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반드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정무위는 5~6월 임시국회에서 실손관련 법안들을 상정할 예정이다.

 

김병욱 의원은 "청구의 불편함 때문에 보험금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며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이번에는 통과시켜 국민 불편을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의료계는 오랫동안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며 전산화에 반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의료계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비 데이터를 모아 비급여 진료비 등의 의료수가를 조정할 수도 있다는 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의료계와는 평행선을 긋고 있지만 여론과 시민단체의 염원이 크고 국회, 금융당국의 의지가 큰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