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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실적' 현대카드...알고보니 '이자 장사'?

작년 부실채권비중 증가에도 역대 최대 '순익' 달성
이자수익, 신한카드 5배 증가..."부실채권비중 적극적으로 관리 중"

 

[FETV=권지현 기자] 현대카드가 지난해 전업카드사 중 유일하게 '부실채권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는 부실채권 증가에도 작년 역대 최대 '순익'을 달성했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부실채권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부실채권비율'은 카드사의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대출자산은 건전성 정도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처럼 고정이하여신에 해당하는 채권이 부실채권이다.

 

현대카드의 2020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6%로 2019년(0.64%)보다 0.52%포인트(p) 증가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그 차는 더 벌어진다. 2018년 현대카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1%였다. 2년 만에 부실채권 비율이 0.5%대에서 1%를 훌쩍 넘어서게 된 것이다. 이는 자산건정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채권 매각을 제한하는 정부 정책이 시행되는 등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들은 모두 부실채권비율이 줄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지난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8%로 전년(1.14%)보다 0.06%p 개선됐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는 1%에서 0.84%로 0.16%p 줄었으며, KB국민카드는 1.36%에서 1.02%로 0.34%p 좋아졌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총채권은 늘었으나 연체 2개월 이상 채권 비율이 줄어드는 등 자산건전성이 개선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자산건전성을 높이고 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부실채권비율이 줄었다"고 말했다.

 

 

중형카드사들도 부실채권비중이 감소했다. 롯데카드의 작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1%로 전년(1.48%)보다 0.37%p 개선됐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0.63%, 1.35%를 기록해 1년 전보다 각각 0.17%p, 0.43%p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줄어들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채권 매각을 제한하는 정부정책이 있었지만 그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연체율 등을 줄이려 노력한 결과 지난해 큰 폭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개선됐다"고 전했다.

 

현대카드는 부실채권비중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563억원으로 1년 전(1640억원)보다 923억원(56.3%) 급증했다. 이는 신한카드(905억원), 삼성카드(533억원), KB국민카드(98억원) 등 업계 상위사들의 증가폭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에 현대카드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이자수익을 늘려 높은 순익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부실채권비중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증가하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늘었다면 각 지표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신용점수가 낮은 고객들로부터 나오는 대출, 연체 관련 이자수익이 늘어 순익이 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카드의 이자수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현대카드가 거둬들인 이자는 1조788억원으로 1년 전(1조291억원)보다 49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는 9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현대카드가 업계 1위사보다 이자수익으로만 400억원 이상 더 벌어들인 셈이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500억원에 가까운 이자를 더 거둔 것은 이자수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장기카드대출(일반카드론)수익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카드론'이라 불리는 카드사 대출상품은 이용자 대부분이 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자인 만큼 리스크가 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에 상대적으로 이자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장기카드대출 이자수익은 5375억원으로 1년 전(4811억원)보다 564억원 늘어났다.

 

현대카드는 리볼빙에서도 이자를 더 벌었다. '리볼빙'은 약정된 결제일에 최소 금액만을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대출로 전환하는 제도다. 리볼빙을 이용하면 결제 능력이 부족한 저신용자도 결제 대금에 구애받지 않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지만 높은 이자 부담을 지게 된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리볼빙 이자수익은 1880억원으로 전년(1849억원)보다 31억원 늘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 상승한 것과 관련해 현재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등 부실채권비중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