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한국 사회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지난해 금융권(근로복지공단 포함)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처음으로 250조원을 돌파했다.
금융사의 미래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삼성생명이 적립금 규모 1위, 신영증권이 수익률 1위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증권·보험의 43개 금융회사와 근로복지공단의 총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54조3569억원으로 1년 전(221조2102억원)과 비교해 15% 늘었다. 지난 2019년 적립금 200조원을 넘어선 이후 퇴직연금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퇴직연금은 제도 유형에 따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개인퇴직연금(IRP) 세가지로 나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개인형IRP다. 작년 말 개인형IRP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34조4135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35.5%나 급증했다. 전체 증가율의 두 배가 넘는 증가 속도다. 법률 개정으로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은 중소기업 근로자, 자영업자 등 사실상 모든 취업자들이 가입을 할 수 있게 된 점이 개인형IRP의 인기비결이다. 같은 기간 DC형은 14.2% 증가하면서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DB형은 11.5% 늘었다.
![근로복지공단 실적 포함 [자료=금융감독원, 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206/art_1612845464111_d5efb0.png)
퇴직연금 적립금 구성 비율도 바뀌었다. DB형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62.4%였지만 작년 60.5%로 약 2.0%포인트(p) 줄었다. 반면 개인형IRP는 1년 사이 비중이 11.5%에서 13.5%로 2%p 늘었다. DC형은 변동 없이 26%를 기록했다. DB형은 사용자가 운용을 책임지며 근로자에게 정해진 퇴직연금을 지급한다. 반면 DC·개인형IRP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을 하고, 운용 결과에 따라 퇴직금 규모가 달라진다.
상품의 유형 중에서는 원리금비보장형(실적배당형) 적립금이 30조2062억원으로 1년 전 대비 31% 급증했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DC·개인형IRP형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자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가입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금보장형(224조1507억원)은 같은 기간 13.1% 늘었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연금 유형 안에서 원리금보장형과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을 각각 선택한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퇴직연금을 은행의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구성돼 수익률 편차가 크지 않다. 반면 펀드, 채권, 파생결합증권 등으로 이뤄지는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은 상대적으로 위험성은 높지만, 운영결과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자료=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206/art_16128460552375_ae51d7.png)
금융사별로 보면, 적립금 1위는 삼성생명(33조8859억원)이다. 삼성생명은 전체 금융사 최초로 퇴직연금 적립금 30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적립금의 80%가 DB형에 쏠려있고, DB형 적립금의 60%이상이 삼성 그룹 계열사로부터 온 것 등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삼성생명에 이어 5위까지는 신한·KB국민·하나·기업은행이 차지했다.
수익률은 신영증권이 DB·DC·개인형IRP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신영증권은 DB형 수익률은 3.7%를 기록해 2위인 대신증권(2.56%)보다 약 1.1%p 앞섰다. 특히 현재 뜨고 있는 DC·개인형IRP는 각각 9.98%, 10.4%를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두 유형 수익률 모두 2위(미래에셋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보다 2%p 앞섰다.
지난해 증시호황이 이어지면서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이 각 제도별 수익률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일제히 올렸다. 이 가운데 신영증권은 고객 맞춤 포트폴리오를 통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서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 증대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료=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206/art_16128470525992_f8877e.png)
신영증권 관계자는 “원리금 보장과 비보장 상품을 고루 활용한 것이 주효했고, 고객 개인의 성향에 맞춰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제안한 것도 수익률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라며 “향후 퇴직연금 취지에 맞게 장기 수익률도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