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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의 악사손보 인수가 더딘 이유

인수가격·디지털 손보사 전환 놓고 입장 差

 

[FETV=권지현 기자] 교보생명이 악사(AXA)손해보험 인수전에 단독으로 참여한지 4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양측은 인수가격과 디지털 손해보험사로의 전환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매각은 예비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실사와 가격협상을 거쳐 최종 인수자를 결정한다. 교보생명이 악사손보 인수를 통해 손해보험 라인업을 갖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현재 프랑스 악사그룹과 악사손보 매각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악사그룹은 악사손보의 지분 약 99.8%를 갖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9월 악사손보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4개월째 인수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교보생명의 악사손보 인수전 참여 당시 인수 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교보생명 단독 참여일 뿐만 아니라 악사손보와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코리아다이렉트’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악사손보는 2001년 교보생명에 인수돼 ‘교보자동차보험’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6년 뒤인 2007년 악사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번 재인수에 성공한다면 14년 만에 악사손보를 되찾아오는 셈이다. 또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지분은 교보생명과 악사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당초 속전속결로 끝날 줄 알았던 악사손보 인수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모인다.

 

무엇보다 인수가격에 대한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교보생명은 악사손보의 매각가를 13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는 반면 악사는 3배 수준인 4000억원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적정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이다. 인수가 산정에 큰 의견 차를 보이는 것은 악사손보의 ‘현 위치’와 '가능성'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는가에 따른 시각 차이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악사손보의 현 위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악사손보는 작년 3분기 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9년 3분기 137억원의 적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41.6%(57억원) 순익이 개선됐다. 그러나 악사손보의 순익구조는 매년 악화되고 있다. 2016년 3분기 573억원이던 악사손보 당기순이익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453억원, 335억원으로 매해 100억원 이상씩 크게 줄어든 뒤 2019년 '적자'로 돌아섰다. 악사손보의 낮은 시장점유율도 교보생명이 매각가를 낮추는 요인이다. 작년 3분기 기준 악사손보의 시장점유율(원수보험료)은 1%로 13개 손보사 가운데 11위다. 2018년과 2019년 시장점유율은 0.9%였다.

 

반면 악사는 교보생명이 보유하고 있지 않는 자동차보험의 강자임을 내세워 인수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최초 다이렉트 보험사로 설립된 악사손보는 전체 상품 포트폴리오 가운데 자동차보험이 80%를 차지할 만큼 자동차보험에 강점을 갖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대 대형 손보사를 제외한 중소형 손보사가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이는 흐름 속에서도 악사손보는 자동차보험 판매 조직과 사업 비중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텔레마케팅(TM) 조직이 강한 것도 장점이다. 악사손보는 설계사조직 없이 TM조직으로만 운영된다. 악사손보에 직고용 형태로 소속된 TM조직은 다른 보험사에 비해 고용안정성이 높다. 이는 낮은 불완전판매율로 이어진다. 악사손보의 2019년 불완전판매율은 0.01%로 업계 최고수준이다. 같은 기준 삼성화재는 0.04%이며, 현대해상·DB손보·KB손보는 0.05%, 메리츠화재는 0.06%를 기록했다. 업계 평균은 0.06%였다.

 

‘디지털 손보사’로서의 전환 여부도 이번 인수전이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다. 현재 교보생명은 손보업 라이선스가 없어 손보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을 통해 온라인 생보사를 소유하는 등 생명보험업에는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에 교보생명은 악사손보 인수를 통해 손보사업 영위 자격을 얻는 동시에 악사손보를 디지털 손보사로 탈바꿈해 온라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손보업 라이선스가 회사에 필요한 만큼 악사손보를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현재 악사손보 인수를 두고 양사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최종 인수가격, 디지털 보험사로의 전환 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악사손보는 디지털 손보사로의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주력 판매 채널이 TM조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손보사로 전환할 경우 전화를 통해 보험을 판매하는 TM조직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악사손보는 디지털 손보사로서의 전환에 불만을 표시하는 TM설계사들을 붙잡기 위해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가격보다는 양측의 접점 찾기가 쉬울 것으로 전망된다. 

 

악사손보 관계자는 “디지털 손보사로 전환하더라도 고객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상호 보완의 관점에서 오프라인 조직 역시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다만 악사손보가 출범 당시 신개념 다이렉트 조직으로 주목을 받은 만큼 디지털 손보사로서의 전환 역시 어려울 것은 없다”고 말했다.